30년 묵은 최저임금제, 이대론 안된다
(2) 네가지 실타래 풀어라

여건 다른데 단일기준…업종·규모따라 구분 적용해야
급격한 인상 '사각지대' 키워…21%가 최저임금 못받아
외국인엔 숙식 지원 불가피…국내 근로자 '역차별'
내년 최저임금(시급 8350원)은 사용자위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공익위원 안과 근로자위원 안(8680원)을 놓고 투표에 부쳐 공익위원 안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오른쪽)과 김성호 부위원장이 지난 7월14일 최저임금 브리핑을 마치고 퇴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시급 8350원)은 사용자위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공익위원 안과 근로자위원 안(8680원)을 놓고 투표에 부쳐 공익위원 안으로 결정됐다. 사진은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오른쪽)과 김성호 부위원장이 지난 7월14일 최저임금 브리핑을 마치고 퇴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저임금은 누가 결정할까. 해답은 최저임금위원회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한 금액을 고시할 따름이다. 위원회는 위원들의 합의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불거진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사정은 비슷하다. 근로자 측에서 9명, 사용자 측에서 9명, 정부 측에서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되는 탓이다. 노사 의견 일치가 사실상 불가능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열쇠는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에게 주어진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간 합의가 이뤄진 것은 2000년 이후 두 차례뿐이다.

기준도 원칙도 없이 결정

최저임금 결정 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노사교섭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결정을 객관화할 수 있는 통계나 합리적 기준이 없다 보니 노사 양측 모두로부터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임금, 실업, 물가 등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임에도 공익위원들은 전문성 부족으로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책임지지 않는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차라리 정부가 결정하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한 올해를 예로 들어보자. 10.9%를 올리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보전분 1.0%와 협상배려분 1.2%를 반영하자 경영계가 강력 반발했다. 위원회는 인상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책임 소재가 모호한 공익위원보다 차라리 정부가 책임지고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제안한 방안이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그룹, 예측 가능하도록 객관적 지표 근거로 산식에 따라 적정 수준의 인상 구간 제시→노사, 인상 구간 내에서 협상→ 정부, 최종 결정’이라는 3단계를 거치는 방안이다.

업종별 구분 적용 필요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말 최저임금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별로 기업의 경영 여건과 지급 능력은 차이가 크다. 업종별 1인당 부가가치를 보면 숙박·음식업은 2400만원, 기타 개인서비스업은 2800만원이다. 산업 평균 6200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장 많은 전기·가스·수도사업의 1인당 4억1900만원과 비교하면 17분의 1도 안 된다.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1988년에는 업종을 2개 그룹으로 나눠 최저임금을 다르게 결정했다.

지역이나 근로자의 연령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자는 주장도 업종별 구분 적용과 논리는 비슷하다. 노동시장 여건, 취업 기회, 지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급격한 인상…교도소 담장 걷는 사업주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적용 기준을 엄격하게 유지하면서 최저임금 파급 영향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신의 임금이 바로 오르는 근로자 비율을 뜻하는 영향률은 내년 26.7%로 추정된다. “근로자 네 명 중 한 명 이상의 임금을 사실상 국가(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해주는 셈”(김강식 항공대 경영학과)이다.

최저임금의 사각지대는 넓어졌다. 노동시장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의 비율을 뜻하는 미만율은 지난해 13.3%에서 올해 21.3%로 치솟은 것으로 한국고용정보원은 추정하고 있다. 제도의 실효성도 문제지만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반면 일본, 미국, 독일 등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2~3%에 그치고 있다. 최저임금을 밑도는 사업장은 사업주가 형사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최저임금 미만율 이하 사업체의 사업주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신세인 셈이다.

최저임금 같은데…외국인엔 숙식 지원?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자 국내 근로자들이 꺼리는 ‘3D 업종’(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업종)이나 농어촌에 동남아 국가의 근로자들이 급속하게 유입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체 대부분은 숙소나 식사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은 같은데 외국인에게는 숙식비를 무상 지원하면 급여 측면에서 내국인 근로자가 역차별을 받게 된다.

최저임금제 도입 후 30년간 노사와 국민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외환위기,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저임금 근로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와 함께 경제 여건 변화에 부합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가 1만원을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가 내년 3월 시작된다. 올해 정기 국회는 제도 개선의 마지노선이다. 때를 놓치면 최저임금은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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