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편의점 9곳의 로또복권 판매권을 회수한 것을 시작으로 모든 편의점의 로또 판매 금지를 추진하자 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편의점주들이 심각한 매출 감소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편의점주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 편의점인데 로또 판매권까지 빼앗아간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유예기간 후 전면금지 유력정부가 최근 로또 발급기계를 회수한 9곳(GS25 6곳, CU 1곳, 씨스페이스 2곳) 의 편의점은 폐업했거나 점주가 더 이상 로또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곳이다. 과거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정부가 발급기를 다른 편의점에 줬지만 앞으로는 모두 회수할 예정이다. 로또는 발급기가 없으면 팔 수 없기 때문에 발급기를 가져가는 건 사실상 판매권을 회수하는 것이다.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지난 5일 편의점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주인이 없어진 판매권을 다른 곳에 주지 않고 회수하는 것은 물론 일정 유예기간을 둔 뒤 전국 모든 편의점에서 로또 판매를 금지하는 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유예기간이 얼마나 될지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짧으면 연말까지, 길면 1~2년 정도가 될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정부가 현재 판매권이 있는 편의점주와 직계약을 맺고 이들에 한해서만 판매를 계속 허용하는 안도 제시됐으나 신규 편의점주들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정부가 편의점의 로또 판매를 금지하려는 이유는 올해 12월 온라인 로또 판매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로 공급이 늘어날 것이므로 오프라인 판매장 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기재부 측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복권방’ 등 편의점이 아닌 복권 판매사업자는 관련법에 따라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등이 대부분이므로 판매를 금지하기 어렵다”고 했다.◆“최저임금 인상도 버거운데…”정부는 편의점업계와의 간담회에 편의점 본사 관계자만 참석시키고 점주들은 부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점주들의 집단 반발 등을 우려해 연락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편의점주들은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을 작년 대비 16.4% 인상한 데 이어 내년에도 올해보다 10.9% 올리기로 하자 공동휴업을 추진하는 등 집단 반발해왔다. 편의점 복권 판매를 금지할 것이라는 게 알려지면 이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한 편의점주는 “로또 판매가 중단되면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게 뻔하다”고 말했다. 다른 점주는 “로또 판매계약을 맺을 때 편의점 판매가 금지될 것이라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정부가 판매권을 회수한다면 소송 등으로 맞서겠다”고 했다.작년 말 기준 로또복권을 판매하는 편의점은 641개로, 이들 편의점이 얻는 판매 수수료는 연간 12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편의점시장 매출에 비하면 큰 수준은 아니지만 복권을 사러 오는 방문객이 음료수 등 다른 물건도 구입하기 때문에 복권 판매의 ‘모객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자영업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이들을 힘들게 하는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 입법예고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모든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포함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경제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공포될 전망이다.경영계에서는 개정안에 대해 ‘최저임금 2차 쇼크’라며 인건비 폭증을, 법조계에서는 대법원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시행령으로 인한 산업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개정안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올해 한꺼번에 16.4%나 올린 최저임금, 지난 5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이어 이번 시행령 개정안 역시 노동조합이 강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노동존중사회가 아니라 상위 10% 근로자들을 위한 ‘노총존중사회’로 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토요 유급휴일은 주로 대기업에만개정안은 토·일요일과 공휴일 등 법정 유급휴일(주휴일) 외에 노사가 정한 유급휴일도 모두 최저임금 시급 산정을 위한 기준시간에 포함된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근로 여부와는 상관없이 유급휴일을 ‘사실상 근로시간’으로 간주하고 그만큼 임금을 더 줘야 한다는 얘기다. 주휴수당은 인정하되 최저임금 산정 시간은 실제 근로시간(주 40시간·월 174시간)으로 한정하는 대법원 판결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1주일을 개근한 근로자에게 하루치의 추가 임금(주휴수당)을 주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의 의무이지만 토요일은 사업장마다 노사 협약에 따라 유급 또는 무급으로 다르게 정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의 일대 혼란이 우려된다. 같은 일을 하고도 사업장 사정에 따라 월 최저임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경영계에서는 유급휴일이 많은 대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최대 40%까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양극화 심화다. 토·일요일을 모두 유급휴일로 정한 회사의 근로자들은 시행령 개정안대로라면 각종 수당을 포함해 연봉 4000만원을 받아도 최저임금 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시급 계산 때 포함하면 분모에 해당하는 총 근로시간이 늘어 기본급을 기준으로 한 시급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경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유급휴일 개념조차 없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들과는 무관하게 ‘괜찮은 직장’에 다니는 고액 연봉 근로자들만 혜택을 보는 셈이다.불완전한 산입범위 개편으로 효과 반감양극화를 부추긴 최저임금 정책은 시행령 개정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을 올려주겠다며 최저임금을 올해 16.4% 인상했으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득1분위(하위 20%)의 가계소득은 전년 동기에 비해 7.6% 감소한 반면 5분위(상위 20%)는 10.3%나 늘었다. 소득격차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5분위 평균소득을 1분위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은 5.23배로 10년 만에 최악이었다.일자리도 줄었다. 올해 1~9월 최저임금과 밀접한 업종인 도·소매, 음식·숙박업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만9000명 줄었다.지난 5월 최저임금법 개정(산입범위 개편)도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고액연봉 근로자가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보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였으나 불완전한 개정으로 취지는 퇴색했다.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산입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어느 정도 줄었으나, 정작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거의 없는 소상공인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게다가 산입 조건으로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의 일부만 포함하도록 해 격월로 지급하는 대부분 대기업은 법개정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격월 지급되는 상여금을 ‘매달 지급’으로 바꾸려면 단체협약을 변경해야 하는데 노조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김강식 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의 노사문화와 임금체계에서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대기업 정규직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된다”며 “정부의 정책 목표와 달리 최저임금 정책이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국회에는 60건이 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결정 방식 개선 등을 담은 법안이 대다수다. 낡은 최저임금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정부와 정치권 모두 공방만 오갈 뿐 논의는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발의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70건에 달한다. 이 중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편한 안건 7건과 수습 근로자도 최저임금을 감액하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 1건 등 8건만 처리됐고 나머지 62건은 계류 중이다.지난 7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올해에 이어 두 자릿수로 결정된 직후 개정안 20여 건이 쏟아졌다. 상당수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이다. 지금 같은 단일 최저임금이 아니라 사업의 종류, 규모, 지역별로 구분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김학용·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 및 근로자 연령 등에 따라 구분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소규모 생계형 사업장에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소상공업자와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완화하자”고 했다.공익위원 선출 방식 등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꾸자는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공익위원들을 모두 정부가 뽑다 보니 경제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고려보다는 정부 뜻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국회 등 다른 기관들이 공익위원 추천권을 나눠 갖도록 하자는 주장이 많다. 이현재 한국당 의원은 “공익위원을 국회 교섭단체별 의석수 비율에 따라 추천하도록 해 최저임금이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자”고 했다.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미국, 캐나다와 같이 국회가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고 최저임금위원회는 국회가 심의할 최저임금안을 작성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