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의 '판사 저격'…"사법부 독립성 침해" 논란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개 비판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사진)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청와대 고위인사가 현직 판사를 대놓고 비난하는 행위 자체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번 논란은 조 수석이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성 장충기에 아부 문자 보냈던 현직 고위판사가 사법 농단 수사 검찰을 공개 저격했다’는 제목의 인터넷 언론 기사를 공유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16일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검찰의 밤샘 수사 관행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밤샘 조사를 받은 직후 나온 것이어서 진보 언론에선 강 부장판사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런 기사를 공유한 게 청와대 참모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조 수석은 물러서지 않았다. 조 수석은 20일 “법관은 재판 시 독립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그 외 스스로 행한 문제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예컨대 재벌 최고위 인사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나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조직 옹위형 비판 등”이라고 맞받았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모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21일 동료 법관들에게 보낸 내부 이메일에서 조 수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윤 부장판사는 “대통령은 헌법기관으로서 사법부 독립 보장이라는 헌법가치에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대통령 비서실은 다르다”며 “대통령의 위임 없이 직접 대외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알릴 수 있는 헌법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썼다. 조 수석의 발언이 월권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강 부장판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재판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유죄를 단정하고 사법농단을 운운하는 것은 (조 수석) 자신의 저서에도 명기돼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며 “(조 수석도) 밤샘 조사를 반대하는 의견을 책에서 주장했다 하니 악습 폐지에 민정수석으로서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더 이상의 대립 구도는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