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 확대로 노동현장 곳곳이 '화약고'…"노사 불안 더 부추겨"
문재인 정부 들어 노사문제에 관해 기업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도 강력한 법집행 의지를 보이면서 검찰의 노조 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사분쟁이 발생한 기업 경영진이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자 대형 법률회사에서는 형사사건 변호사와 전직 노동 관료 등의 영입에 나서고 있다.

◆노조 문제 제기가 수사로 이어져

노동사건이 형사사건으로 번지면서 경영층에까지 수사가 올라간 가장 대표적인 것은 삼성 노조와해 의혹사건이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달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32명을 기소했다. 노조가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면 검찰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서는 게 정형화되고 있다. 한화테크윈, 레이테크코리아, 아사히글라스도 모두 노조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돼 고용노동부, 검찰의 수사로 이어졌다. 김영주 전 고용부 장관이 주도한 ‘현장노동청’의 첫 번째 민원해결 사례가 지난 6월 있었던 레이테크코리아 압수수색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CS모터스 등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들 회사 노조는 조합원이 사측으로부터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말라는 회유를 당하거나 노조 탈퇴를 종용당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밖에 강원랜드(전 대표이사의 배임, 강요 혐의), CJ대한통운(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대한항공(상표권 부당 이전 혐의), 동양네트웍스(대표이사 배임 혐의) 등이 올 들어 노조로부터 고발당했다. 사실상 창사 이후 처음으로 노조가 생긴 포스코는 노조와해 의혹에 불법파견 논란까지 겹쳐 노조 이슈가 ‘화약고’처럼 쌓여 있다. 한 로펌 노동팀 변호사는 “노조가 임금협상, 세력 확대를 목적으로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고발하는 사례가 많다”며 “최근 유성기업과 발레오전장 관련 판결에서 볼 수 있듯 법원도 노조에 유리한 판결을 하는 추세여서 노조의 형사 고발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檢, 수사 확대로 노동현장 곳곳이 '화약고'…"노사 불안 더 부추겨"
◆노동환경 변화…기업인 처벌 가능성↑

노동사건으로 경영진이 위험해지는 상황이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제도(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서 근로시간 규정을 어기면 대표이사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고용부는 2월 산업재해 시 사업주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아직 국회에 제출되지 않은 이 법은 법제처 심사 절차가 남아 있다. 이 법은 “사업주가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협력회사 근로자가 사망했을 때도 원청회사 사업주를 ‘1년 이상,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한 변호사는 “사업을 수주하고 영업활동을 해야 할 대표이사에게 사업장 내 안전 책임까지 지게 하는 것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해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직장 내 성희롱 괴롭힘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입법을 통해 개입하려 할 것”이라며 “경기가 꺾이면 인력 구조조정 문제도 대두되기 때문에 앞으로 노동문제는 기업경영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펌, 검찰출신·노동전문가 영입

검찰의 노동사건 수사 확대에 따라 로펌들도 고용부 출신 또는 공인노무사 채용을 늘리고 있다. 형사 전문 변호사를 노동팀에 영입하는 로펌도 있다. 조상욱 율촌 변호사는 “로펌별로 노동팀 인력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대부분 형사팀 변호사를 노동팀으로 옮기거나 형사팀과 유기적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형사사건은 수사 단계부터 로펌의 실무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법률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앤장, 광장 등 주요 로펌은 압수된 증거물을 미리 분석해 향후 단계별 대응전략 등을 마련하기 위해 디지털포렌식팀까지 두고 있다.

최종석 전문위원/안대규 기자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