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라 믿었는데 가짜였다" 3500여명에 모조품 속여 판 일당 검거
온라인상에서 3500여명에 모조품을 정품으로 속여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모조품 판매를 걸러내지 못한 중개거래 사이트들의 허술한 관리 체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네이버가 제공하는 쇼핑몰 플랫폼인 ‘네이버쇼핑’에서 몽블랑 등 유명 해외 명품 브랜드 마크가 달린 가짜 지갑, 벨트 등을 수입해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2일까지 피해자 총 3535명에게 정품으로 속여 팔아 3억5000만원가량의 이득을 챙긴 피의자 2명을 붙잡아 이중 1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병행수입된 정품을 파는 것처럼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가짜를 팔았다. 중국 광저우에 거주하는 조선족 지인을 통해 도매시장에서 모조품을 구매하고, 홍콩을 경유해 물건을 국내로 들여왔다. 판매가격은 정가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이들은 정가로 계산해 시가 13억원 상당의 물건을 팔아 3억5000여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모조품 가격과 네이버쇼핑 수수료 등을 제하고 약 1억원의 순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로 사업자를 등록하고,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네이버에서 손쉽게 쇼핑몰을 차릴 수 있고, 홍보가 용이하다는 점을 노렸다. 네이버쇼핑에서는 사업자등록증, 통장 계좌 등 기본적인 서류만 있으면 쇼핑몰을 개설할 수 있다. 실제 진품을 수입해 왔는지를 증명하는 수입신고필증 등은 필요없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중개거래 플랫폼이 네이버였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입한 상품이 정품이 아니란 것을 눈치 챈 일부 피해자들이 네이버 측에 항의하자 네이버는 그제서야 쇼핑몰에 판매되는 제품이 정품인지에 대해 소명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A씨 등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품을 실제로 수입한 것처럼 수입신고필증을 위·변조한 뒤 제출하는 방법으로 네이버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네이버의 허술한 인증 시스템을 고려하면 이번에 적발된 업체 외에도 버젓이 가짜 물건을 진짜로 둔갑시켜 팔고 있는 곳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다른 업체들로 수사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병행수입 제품을 구매할 때 정가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것들에 유의해야 한다”며 “네이버 같은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는 포털사이트 역시 제품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증절차 등을 강화하고 가짜 제품이 판매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