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지방자치단체가 남북한 화해 분위기에 맞춰 남북교류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남북 관계 개선에 대비해 항만, 수산, 영화 등 5개 분야 35개 사업의 ‘남북상생 교류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11일 발표했다. 시는 신북방정책의 시작점이자 종점인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동북아 물류중심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원산과 나진을 경유하는 부산발 유럽행 열차 운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신항이 물류중심 허브로 기능할 수 있도록 철도·항만 연계망을 구축하고 나진~하산프로젝트 등 한·북·중·러 육해상 복합 물류루트를 개척해나갈 계획이다.
유럽행 열차·동해안 벨트·통일 딸기·동북아권 크루즈…영남권 지자체, 남북교류사업 활기
이를 위해 부산항만공사(BPA)와 공동으로 나진항 개발을 추진하고, 근해어선 북한해역 입어와 수산물 교역·가공, 북한 노후어선 및 어로장비 현대화, 유휴 조선인력을 활용한 중소형 조선 북한 진출 등도 지원하기로 했다.

사회문화 분야 교류도 추진한다. 북한 최초의 개항항이 있는 원산시(명사십리)와 해운대의 자매결연을 비롯해 바다 미술제 등 바다를 매개로 한 다양한 교류사업을 한다. 부산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유라시아 물류루트를 탐사하는 ‘유라시아 청년대장정’도 내년에는 북한을 경유하도록 할 예정이다.

울산시는 ‘북방 경제협력 중심도시’ 구상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울산을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의 중심기지로 발전시켜 나진, 선봉, 단천, 원산 등과 경제협력(동해안 벨트)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는 이달 안으로 ‘북방협력 특별위원회’(가칭)를 구성하기로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함흥과 나진은 북한의 화학과 중공업 중심의 최대 공업지구로 울산 산업 구조와 비슷해 물적·인적 교류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원산의 조선산업단지와 울산 조선·해양산업도 연계해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 분야 남북 교류에 강점을 지닌 경상남도는 이미 10·4 선언 11주년 공동기념행사 참석차 북측을 방문한 박성호 행정부지사를 통해 통일딸기 사업과 농·수·축산 분야 교류협력 등을 북측에 제안했다. 주요 사업은 경제인방북단 현지조사를 비롯해 윤이상 테마 남북음악교류사업, 농업분야 남북협력사업과 친환경 유기축산단지 조성, 남북공동 수산교류단 구성 및 산양삼 공동재배 등 6개 사업이다. 도는 현재 남북교류협력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으며, 남북교류기금 조성과 남북교류협력 체계를 갖추기 위한 조례 개정도 추진 중이다.

경상북도는 북한과의 실질적인 경제협력에 대비해 ‘남북경협 경제인 포럼’을 구성하고 북한 경제와 남북경협 방법 등을 교육하기 위한 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다. 포항 영일만항을 북방 물류 특화항만으로 육성하고 포항~북한(나진)~러시아(자루비노항 등)를 잇는 해상 운송로도 구축할 계획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나진~포항~후쿠오카~상하이로 연결하는 크루즈항 노선 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태현/하인식/오경묵/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