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 세대, N포 세대, 88만원 세대, 헬조선.’

밀레니얼 세대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자조하는 용어들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연애와 결혼, 취업은 물론 내 집 마련과 꿈 등 인생 대부분의 것을 포기해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기성세대는 수긍하기 힘들어한다. 과거보다 경제 사정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졌는데 왜 이런 불만을 털어놓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불편한 동거’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 서로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불만과 비난 이전에 이해를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대급 취업난·주거난…"못 참겠다" 기득권에 경고
전문가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정치·사회 이슈와 관련한 발언 수위를 높이는 현상의 뿌리엔 현실을 향한 좌절과 분노가 있다고 설명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 주거난, 저임금 구조 등은 갈수록 심해지는데 신분 상승의 길은 닫혀가고 있다고 밀레니얼들은 판단한다”며 “기득권과 기존 정치 체계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에 다다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극우 성향의 일베(일간베스트)나 극단적인 페미니즘 활동 역시 이런 불만과 불안이 표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불만을 촉발한 요인으로는 취업난이 첫손에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34세 실업률은 7.6%에 달했다. 전체 평균(3.7%)의 두 배가 넘는다. 고용률은 63.6%에 그쳤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지금 밀레니얼 세대 나이대였던 1998년엔 이보다 높은 66.8%였다.

집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올해 2분기 기준 20~30대 가구주는 소득을 15.3년 동안 모아야 서울의 중간값 아파트를 살 수 있다. 2014년 1분기엔 이 기간이 10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은 밀레니얼의 정치 참여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국회의원 비서로 일하고 있는 하동욱 씨(33)는 “팟캐스트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접근성을 높인 것도 정치 참여를 대폭 확대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밀레니얼의 정치적 발언권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대표는 “광의의 정치 참여는 예전보다 늘었지만 청년 국회의원 등 실질적인 정치 참여는 1980~1990년대보다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