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사건 보고서·행정처 문건 등 확보…靑개입 여부 수사
'원세훈 재판 개입의혹' 부장판사 압수수색…양승태는 또 불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재판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직 부장판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실제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함에 따라 강제수사 시도가 또 한 차례 무산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8일 오전 수원지법 평택지원에 있는 신모(46) 부장판사의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원 전 원장 사건 등 재판 관련 문건들을 확보했다.

신 부장판사는 2013∼2016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검찰은 신 부장판사가 당시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을 검토하면서 직간접으로 청와대와 접촉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신 부장판사는 수사와 관련한 자료를 임의제출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사건의 판결 방향 등을 두고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2015년 2월에 내려진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행정처가 민정수석실에 우회적·간접적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림"이라고 기재돼 있다.

판결 후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며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이라고 적었다.

검찰은 이를 포함해 당시 법원행정처가 원 전 원장 사건을 검토한 문건 다수가 신 부장판사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서 생산된 보고서 등을 확보해 청와대 또는 법원행정처의 뜻이 실제 재판에 반영됐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원 전 원장 재판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 3일 그의 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검찰은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및 법관사찰 의혹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의 실거주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이언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와 사생활의 비밀 등에 대한 기본권 보장 취지에 따라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며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말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을 압수수색하면서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지만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불발한 바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경기 성남시 자택을 떠나 도내 모처에 머무르며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