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사진=연합뉴스
다스 횡령과 삼성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할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이 전 대통령측 강훈 변호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강 변호사에게서 선고 결과를 전해 듣고는 "가장 나쁜 경우의 판결"이라며 상당히 실망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강 변호사는 "원래 다스나 삼성을 제일 억울하다고 생각하셨고, 특히 삼성 건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하셨는데 다 유죄가 나와서 상당히 서운해하신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항소 여부에 대해 "변호인인 나도 생각이 정리가 안 돼서 생각해보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며 "대통령도 (항소 여부를) 생각해보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는 8일 다시 서울 동부구치소를 찾아 이 전 대통령과 항소 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항소 기한은 12일까지다.

강 변호사는 "'항소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느냐', '그래도 억울한 건 사법부에 호소해야 하지 않느냐' 등 주장들이 다를 수 있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보고 월요일에 가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결정하실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의 즉각적인 반응만 보면 1심에 불복해 항소심에서 다시 다스 소유권이나 삼성 뇌물 혐의를 다툴 가능성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줄곧 '다스는 형 이상은 회장의 것'이며, 삼성의 소송비 대납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 뇌물 혐의를 두고는 "충격이고 모욕"이라며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이 한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고, 혐의를 벗기 위해 과거 은행 거래 기록 등 객관적 자료들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항소를 아예 포기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 중 법원이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법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며 재판을 거부하고 항소도 포기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이번 사건은 '정치 재판'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그는 "'정치 재판'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법 절차를 성실히 따른 건 사법부를 신뢰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항소 포기와 함께 재판 출석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통령은 1심에서도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선별 출석' 의사를 밝혔다가 재판부의 경고를 들었다. 선고 공판에는 생중계에 반발하며 불출석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