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양승태 前 대법원장 USB 분석 착수… "연내 소환 가능"
검찰이 지난달 30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서 압수한 이동식 저장장치(USB) 분석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검찰은 USB에 양 전 대법원장이 재직 시절 보고받은 각종 문건이 담겨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조계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첫 강제수사에 성공하면서 수사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은 연내 소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의 주요 혐의로 떠오른 직권남용과 뇌물죄를 묻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의 ‘스모킹 건’ 나오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양 전 대법원장 자택 서재에 보관 중이던 USB 2개를 압수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 차량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차량 내 서류와 내비게이션 등에 담긴 자료를 입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돼 있을 경우, 그 장소를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양 전 대법원장 자택 서재에 있던 USB도 압수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퇴직 시 가지고 나온 이 USB에는 각종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거래 의혹 관련 문건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그동안 50명에 달하는 전·현직 판사를 소환조사하는 ‘저인망식’ 수사를 통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소송 관련 개입 의혹 △일선 법원의 위헌법률제청 심판 결정에 관여한 혐의 △각급 법원 공보관실 예산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밝혀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까지 올라가는 수사는 번번이 막혔다. 법원이 관련자의 압수수색 및 구속영장을 잇달아 기각했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 소환 조사가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강제 수사를 계기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해 “연내 소환 조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최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사법연수원 동기(23기)인 최정숙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檢, 양승태 前 대법원장 USB 분석 착수… "연내 소환 가능"
◆직권남용 입증 어려울 듯

법원 내부에선 직권남용죄만으로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재판 정보를 얻어낸 것도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한 법원장은 “재판 속성상 심리 중 여기저기서 외부 의견을 듣는데, 법원행정처 의견을 ‘재판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장이 개별 재판에 법적으로 남용할 만한 권한 자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직무에 관한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관여한 대법관들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하면 직권남용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오는 10일 대법원 국정감사 때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증인 출석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를 모두 증인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전직 대법원장의 증인 신청은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안대규/신연수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