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부하 女警에 사적인 연락 말라"
경찰이 업무 시간 외에 이성(異性) 부하 직원에게 사적인 연락을 금지하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펜스 룰’ 논란이 일고 있다. 소통의 장벽이 생겨 업무까지 지장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소속 경찰서, 지구대 등 조직 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퇴근 후 이성 하급자에 대한 사적연락금지법’을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상급자는 이성인 부하 직원에게 전화, 문자메시지,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업무와 상관없는 사적인 연락을 1 대 1로 하면 안 된다. “요즘 고생 많던데 술 한잔 사줄게” 등 개인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연락뿐만 아니라 “오늘 뭐 먹었어?” 등 안부도 물어서는 안 된다. 다만 퇴근 후라도 동성 간 연락, 단체채팅방에서 하는 연락은 허용한다.

위반 시 법적 구속력이나 처벌 규정은 없다. 하지만 인사상 불이익 또는 내부감찰을 받을 수 있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여경 사이에서 상급자가 업무 시간 외 개인 연락을 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는 의견과 퇴근 후 개인 시간 보장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많았다”고 제도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 조직 안팎에서는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 경기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김모 경위는 “업무 특성상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데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업무를 같이 할 때도 여성 후배에게 연락하기가 조심스러워질 것”이라며 “결국 남자 경찰들의 업무량만 늘어날 것”이라고 토로했다.

부산지역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순경 이모씨는 “사회적으로 남녀 갈등이 심해지는 가운데 굳이 경찰이 앞장서서 남녀를 구분하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당연한 것’을 제도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지역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조모씨는 “업무 시간 외에 사적으로 연락 올 때가 있는데, 싫지만 직장 상사라 대처하기 껄끄러웠던 적이 많다”며 “서울에도 이런 문화가 도입돼 공과 사의 구분이 명확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