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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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라는 예전의 인식과는 달리 요즘은 각자의 부모에게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분리해 사는 부부들이 많다. 하지만 명절만 되면 여성들은 생소한 시댁의 문화를 받아들이기를 원한다. 이에 수많은 싸움이 일어나 이혼까지 가는 부부들도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A씨는 결혼한 지 4개월 된 새댁이다. 그는 결혼 후 남편과의 첫 다툼 주제는 바로 명절이었다고 토로한다.

A씨는 추석 하루 전 시댁에 가 전을 부치고, 시어머니, 남편과 함께 산책도 했다. 친척, 가족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에서 아는 체하면 버릇 없어 보일까 봐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리액션을 했다.

시어머니는 A씨의 부모가 현재 따로 살고 있는 것에 대한 의문을 쏘아댔다. A씨는 "부모님의 사정이라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왕래도 자주 하시고 사이는 좋으시다"라고 미소를 지으며 최대한 침착하게 대답해 고비를 넘겼다.

A씨 부부는 결혼하면서 두 사람의 회사 중간 지점에 신혼집을 얻었다. 이에 대해 시어머니는 "그냥 가까이 와서 살면 안 되겠냐", "옆에 있으면 김장 할 때도 걱정 없겠다"는 식의 말로 설득하려 했다.

다음 날 새벽, 차례를 지내고 남편 친척들과 30분 거리인 산소를 방문했다. 딱히 A씨가 나서서 해야할 말이 없어서 잠자코 있었다.

12시경 친정으로 출발하려고 남편을 조금 재촉했다. 친정엔 잠깐 들러 차를 마시고 나왔다. 시댁에 비교해 친정에 있었던 시간은 한 없이 짧았다.

신혼집으로 오는 길, A씨는 남편과 크게 다퉜다.

A씨 남편은 "우리 집 식구들과 친해질 의지가 없어 보인다"면서 "시어머니를 우습게 보는데, 그럴 거면 가지 말자"라고 화를 냈다.

이어 "처음엔 얘기도 잘 하더니 점점 말도 안하게 되고, 네 덕에 분위기가 싸해졌다. 또 친정을 왜 그렇게 서둘러서 가냐. 가기 전에 점심 좀 먹고 가면 안 되냐"고 지적했다.

A씨는 이 말에 상처를 받고 화를 냈고, 결국엔 사과를 받아 냈지만 굳이 시댁 식구들과 친해져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강조했다.

남편은 계속 '남들처럼' 하라고 말한다. A씨는 "남들처럼이란 건 뭘까? 요즘엔 간소화도 많이 하고 여행도 간다는데, 그건 남들이 아닌가. 결국 남편은 본인 집에만 있고 싶은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싸움은 일단락됐지만 A씨는 곧 시댁 식구들과 여행을 가야 한다. 그는 "친목 도모를 위해 남편이 계획한 가족여행"이라며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 글에 네티즌들은 "결혼 10년 차인 사람도 시부모를 만나면 할 말이 없고 대화가 없다", "남편은 처갓집 가서 장인, 장모에게 애교 있게 잘 했나? 친해지려고 어떤 노력을 했나", "이런 식으로 나오면 앞으로 시댁에 안 가겠다고 하라", "남편들 결혼 전에는 신경 안쓰다가 꼭 결혼하면 '효자' 코스프레 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고 공감했다.

한 네티즌은 "남들처럼 명절에 시가, 처가 번갈아 해외여행 가자고 해라. 조용히 있었다는 이유로 시어머니를 무시하는 이야기까지 들어야 하다니", "시댁을 일부러 밀어내려고만 하지 않으면 세월이 흐르면서 정이 쌓인다. 남편이 앞서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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