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최모씨(25)는 졸업을 앞두고 부랴부랴 법학적성시험(LEET·리트)에 응시했다. 공기업 취업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동시에 준비 중인 최씨는 원하는 기업 입사에 실패할 경우 로스쿨에 진학할 생각이다. 로스쿨이 일종의 취업 실패용 ‘보험’인 셈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다가 로스쿨을 기웃거리는 취업준비생이 늘고 있다. 구직에 실패하면 로스쿨을 두 번째 선택지로 두고 취업 준비와 입시를 병행하는 경우다. 둘 다 합격하면 ‘변호사보다 회사원이 낫다’며 기업행을 택하기도 한다.
취업과 로스쿨 입학 준비 과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수험생들의 설명이다. 학벌과 학점, 영어 점수를 비롯해 각종 대외활동 경력 등 요구하는 자격이 비슷해서다.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역시 수험생끼리 스터디를 짜서 준비하는 등 로스쿨과 일반 기업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 병행이 어렵지 않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웬만한 기업 취직보다 로스쿨 진학이 쉽다는 이야기도 돈다. 서울의 한 여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23)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을 제외하고는 로스쿨 합격생과 비교해 기업 입사자의 ‘인풋’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며 “한국은행 산업은행 같은 금융 공기업과 삼성·현대차·SK 등 취업준비생에게 인기 있는 일부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훨씬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로스쿨과 기업에서 동시에 합격 통보를 받으면 기업행을 택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이나 ‘검클빅(검찰·재판연구원·대형 로펌)’ 취업률이 낮은 로스쿨에 진학하느니 안정적인 기업 입사를 선호해서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리트 응시자는 974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16학년도부터 4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로스쿨 관계자는 “법조시장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리트 응시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며 “입학 경쟁률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지방대 로스쿨의 경우 실제 등록률은 정체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대형 법률회사(로펌)는 1970~1980년 태동기를 거쳐 1990~2000년 폭발적인 성장기에 진입했다. 변호사 개인별로 사무실을 차려 소송을 도와주던 시대가 지나고, 로펌을 설립해 기업별 소송과 자문 등 본격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가 열렸다. 로펌 성장기를 이끈 주역들은 주로 사법시험 1~10회 출신이다. 사시 합격자는 2000년대 들어 연간 1000명을 넘은 해도 많았지만 초기 1~10회(1963~1972년)에는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수가 매년 두 자릿수에 불과해 ‘바늘구멍 통과하기’였다.◆증권법 ‘한 획’ 그은 신영무로펌은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이 선진국 로펌을 모델로 설립한 1세대 로펌과 1990년대 이후 이 로펌에서 독립해 세운 2세대 로펌으로 분류할 수 있다. 세종은 김앤장, 광장, 태평양 등과 함께 대표적인 1세대 로펌으로 꼽힌다. 신영무 변호사(사법시험 9회)는 1983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 후배인 김두식 현 세종 대표(22회)와 세종을 설립했다.신 변호사는 2년간 판사생활을 하다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고 1977년 예일대로 유학을 떠나 증권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세종을 세운 신 변호사는 국내 증권거래법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최초 해외 전환사채(CB) 발행과 기업 공개매수 자문을 비롯해 금융회사 인수합병(M&A),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 새로운 절차와 규정을 확립하는 등 세종은 국내 증권거래법 선진화의 길을 터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종은 2001년 송무 분야 강자인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병하면서 로펌 간 첫 합병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후배 길 터준 우창록1990년대 들어 법률 수요가 급증하면서 로펌업계는 2세대 로펌으로 분화하기 시작했다. 김앤장 출신이 설립한 로펌이 율촌이고 세종 출신이 세운 로펌이 지평이다.‘법률가 마을’이라는 뜻의 율촌(律村)은 1997년 설립됐다. 김앤장에서 회사법과 조세법 전문 변호사로 활약한 우창록 대표(16회)를 주축으로 김앤장 출신 강희철 변호사(21회), 공정거래·조세 전문가인 윤세리 대표(20회), 한봉희 변호사(26회) 등이 세웠다.단일 지도체제 아래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점, M&A 없이 성장했다는 점에서 율촌은 김앤장과 조직문화가 비슷하다. 우창록 대표는 김앤장 창립자인 김영무 변호사에 비견되는 카리스마를 자랑한다. 우 대표는 율촌을 20여 년간 압축성장을 통해 ‘1인당 생산성’ 면에서 국내 최정상권에 올려놨다.그런 우 대표가 지난 11일 율촌 파트너총회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율촌을 영속적이고 특정인에게 종속되지 않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나부터 내려놓지 않으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내년 2월부터 3인 공동대표 체제(윤용섭, 강석훈, 윤희웅 변호사)로 전환하는 ‘세대교체 실험’에 들어간다.지평은 2000년 4월 세종에서 나온 젊은 변호사 10여 명이 설립했다. 양영태 대표(34회)와 서울대 법대 동기인 임성택 변호사(37회)가 창립을 주도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23회)도 합류해 2000년 국내 첫 여성 로펌 대표를 지냈다. 지평은 2008년 법무법인 지성과 합병하면서 국내 10대 로펌에 안착했다. ‘주인의식’과 ‘구성원의 행복’을 강조한 양 대표의 경영철학 덕분에 지평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에게 인기가 높다. 지평은 로펌 가운데 가장 많은 9곳(베트남 미얀마 러시아 등)의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다.◆공정거래법 ‘대가’ 윤호일화우는 2003년 송무에 강한 로펌 화백과 기업 자문에 강점을 지닌 우방의 결합으로 탄생했다. 1989년 우방을 설립한 윤호일 화우 대표(4회)는 1979년부터 10년간 세계 최대 로펌인 베이커앤드맥킨지에서 파트너변호사로 활약했다. 그는 국내 공정거래 법률 자문시장의 개척자로 불린다. 화백은 1993년 고(故) 노경래 변호사(7회)와 부장판사 출신 양삼승 변호사(14회)가 설립했다. 화우 영문명이 윤&양인 것은 이 때문이다. 화우는 2006년 다시 특허 분야에 강점을 지닌 로펌 김·신·유와 합병했다. 두 번의 합병을 거치면서 수평적 조직문화와 폭넓은 개방성을 갖게 됐다는 평가다.바른은 1998년 판사 출신인 김재호 대표(26회)를 중심으로 홍지욱 변호사(26회), 강훈 변호사(24회) 등이 의기투합해 세웠다. 당시 브로커(사무장)를 고용해 영업하는 잘못된 관행을 깨고 변호사가 직접 영업한다는 의미에서 사명을 ‘바른’으로 지었다. 문성우 전 대검차장(21회·현 바른 대표),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24회), 김용균 전 서울행정법원장(19회) 등 쟁쟁한 ‘전관’들을 영입함으로써 대법원 민·형사사건을 가장 많이 수임하는 로펌으로 알려졌다.대륙아주는 김대희 대표(28회)가 세운 대륙과 김진한 고문(32회)이 설립한 아주가 2009년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동인은 2004년 차장검사 출신 이철 대표(15회)와 정충수 전 검사장(13회) 등 변호사 5명이 설립했다. 기여한 만큼 철저히 보상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퇴직한 고위 판·검사들이 재취업할 때 가장 많이 찾는 로펌으로 알려져 있다. 로고스는 2000년 양인평 전 부산고등법원장(2회)과 전용태 전 대구지검장(8회) 등 변호사 12명이 설립해 국내 변호사 116명이 일하는 대형 로펌으로 성장했다. 기업 자문에 강점을 지닌 충정은 1995년 황주명 변호사(고등고시 사법과 13회), 목근수·박상일 대표(23회), 최우영 대표(24회) 등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1963년 탄생해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법시험은 모두 59명의 수석합격자를 배출했다.역대 사법시험 수석합격자 중 ‘판사의 꽃’으로 불리는 대법원 대법관은 총 다섯 명이 나왔다. 1회 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한 서성 전 대법관은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임관해 춘천지법원장과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거쳐 1997년 대법관이 됐다. 그는 2003년 공직에서 물러나 법무법인 세종의 대표변호사를 지냈다. 배기원 전 대법관은 5회 수석합격자다. 현직으로는 조재연 대법관(22회)과 김소영 대법관(29회)이 수석합격자 출신이다. 지난달 순수 변호사 중에선 처음으로 대법원에 입성한 김선수 대법관은 27회 시험에 1등으로 합격한 뒤 이례적으로 판사나 검사 등 공직이 아니라 재야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약 30년간 노동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그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냈다.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에는 이선애 재판관이 31회 수석합격자다. 이듬해 수석을 차지한 이영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국회 추천으로 재판관 후보에 이름이 올라 있다. 지금은 변호사로 활동 중인 신승남 전 검찰총장은 9회 시험 수석,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몸담고 있는 권오곤 변호사는 19회 수석합격자로 옛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 부소장을 지냈다.정치권에 진출한 인사도 여럿이다. 16회 수석합격자인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은 1979년 서울지검 검사로 임관해 대검찰청을 거쳐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내다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여의도에 발을 들였다. 원희룡 제주지사(34회)도 1995년 서울지검 검사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해 한나라당 소속으로 16~18대 국회 ‘금배지’를 달았다.첫 여성 수석합격자는 1971년 13회 시험에 등장했다. 당시 23세 나이로 수석합격한 이영애 변호사는 법관생활을 하다가 2004년 춘천지법원장에 임명돼 최초의 여성 법원장 기록까지 세웠다. 마지막 수석합격의 영광은 단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3년 수험생활 끝에 합격한 이혜경 씨에게 돌아갔다.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법무법인 지평이 공익활동을 위해 설립한 사단법인 두루는 국제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지평은 앞으로 세이브더칠드런에 법률 상담 및 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두루는 세이브더칠드런과 2016년 발족된 ‘대구 포천 입양아동 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아동을 위한 입양특례법 개정과 보편적 출생신고를 위한 활동을 함께해왔다.이날 협약식에는 김영수 지평 공익위원장(왼쪽)과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오른쪽), 최정규 지평 아동청소년교육소위원회 팀장, 강정은·엄선희 두루 아동청소년인권 담당 변호사, 송혜승 세이브더칠드런 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지평의 지난해 공익활동 참여 변호사 비율은 97%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