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판결문 주문 읽는 도중 극단 대표 혼절해 119 응급처치

법원이 미투(Me Too) 폭로로 성폭행이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극단 대표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창원지법 형사4부(장용범 부장판사)는 20일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해 극단 '번작이' 대표 조 모(50)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5년간 신상공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검찰은 조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조 씨는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전날 1심에서 징역 6년이 선고된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이어 미투 폭로로 재판에 넘겨진 예술계 인사 중 두 번째로 실형이 선고됐다.

그는 미성년 여성 단원 2명을 성폭행하거나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조 씨가 극단 대표라는 위력을 이용해 2010∼2012년 중학교 연극반 외부 강사로 활동하며 알게 된 10대 여성 단원 1명을 추행·성폭행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다른 10대 여성 단원 1명 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범행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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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에 시작된 선고 공판은 조 씨가 선고가 끝날 무렵 갑자기 혼절하면서 중단됐다.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설명한 뒤 '징역 5년'이라고 주문을 낭독하는 순간 조 씨는 그 자리에서 힘없이 쓰러졌다.

그는 법정 바닥에 쓰러진 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조 씨는 신고를 받고 법정까지 들어온 119 대원으로부터 응급처치를 받고서야 깨어났다.

판결문을 다 읽지 못한 재판부는 이날 오후 재차 공판을 열어 법정에 다시 선 조 씨에게 주문을 끝까지 낭독하고 항소절차 등을 고지한 뒤 선고를 마무리했다.

이날 선고 공판을 방청한 '미투 경남운동본부' 소속 여성들은 선고 뒤 법정 건물 앞에서 선고결과에 유감을 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제2의 피해까지 감수하면서 사건을 공개했는데 증거가 없다며 일부 범죄에 무죄를 선고한 점은 유감이다"며 "검찰은 즉시 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씨의 범행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올해 1월 본격화한 뒤 10여 년 전 16살 때 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한 여성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알려졌다.

이후 검찰은 2010∼2012년 사이 10대 여성 단원 1명을 극단 사무실이나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데려가 주겠다는 명목으로 차 안에서 수차례 성폭행·성추행한 혐의(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지난 3월 조 씨를 구속기소 했다.

그는 2008년 말 또 다른 10대 여성 단원 1명을 추행한 혐의도 드러났다.

조 씨는 2007년과 2008년 초에도 피해자들을 상대로 여러 번 성범죄를 저지른 의혹이 있었다.

검찰은 그러나 해당 성범죄는 고소 가능 기간이 지났거나 혐의가 특정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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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