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타깃 '집창촌'만 타격…변종 업소·온라인 성매매 알선 '성행'
전문가들 "법 집행시스템 한계…입법취지 맞게 개선해야"
[성매매특별법 14년] ②변종 속속 등장… 스마트폰 주된 경로
성매매 업주 처벌 수위를 높인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성매매 근절'이라는 목표에는 아직 근접조차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는 사이 성매매 산업은 온갖 변종을 낳으며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시행 직전 해인 2003년 '윤락행위 등 방지법'으로 검거된 성매매 사범은 9천987명이었다.

최근 5년간 검거 통계를 보면 2014년 2만5천251명, 2015년 2만97명, 2016년 4만2천950명, 2017년 2만2천84명, 올 8월까지 1만1천297명이다.

특별법 시행 이후 단속이 강화됐음을 고려하더라도 시행 전과 비교하면 연도별 검거 인원이 배 이상으로 늘었다.

단속을 위한 경찰력 투입에 한계가 있고, 성매매는 드러나지 않은 암수(暗數)가 훨씬 많은 만큼 실제 성매매 규모는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법 시행 이후 전통적 성매매 업소였던 성매매 집결지(집창촌)는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이뤄지는 이른바 '2차' 성매매, 마사지 업소 등 간판을 내건 갖가지 변종 성매매 업소가 여전히 번화가 밤거리에 즐비하다.

대표적인 장소가 서울 강남이다.

청량리, 용산역 등 과거 역 주변에 형성됐던 성매매 업소들이 강남역에서 선릉역까지 이어지는 테헤란로 주변으로 터를 옮긴 지는 이미 오래다.

역 주변 업소들이 붉은 등을 켜고 유리창 안에서 적나라하게 손님을 맞는 식의 '홍등가'였다면, 강남의 성매매 업소는 '안마'나 '마사지' 간판을 걸고 유사성행위 등을 제공한다.

기차역 주변 홍등가를 기웃거리던 이들이 대부분 40∼50대 이상의 육체 노동자였다면, 강남의 마사지 업소를 찾는 이들은 주로 20∼40대 젊은 회사원들이다.

휴식이나 거래처 접대를 핑계삼아 성을 구매하려는 직장인들이 주된 고객이다.

최근에는 음부나 팔다리 등을 제모하는 '왁싱'이 젊은 세대 사이에 크게 유행하면서, 왁싱을 해준 다음 유사성행위까지 제공하는 변종 업소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오프라인 업소' 중심 단속체계의 틈새를 파고들어 오늘날 성매매를 매개하는 주된 공간으로 활용된다.

성매매 문제를 다루는 여성 인권단체들은 성매매 업소 정보와 각종 후기를 제공하는 성매매 알선·구매 포털사이트가 디지털 성범죄 유통산업의 핵심이라며 사이트 10곳 운영자, 해당 사이트가 광고한 성매매 업소 100곳 업주, 이용자 400여명을 최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성 구매자와 판매자가 1대 1 접촉하는 방식의 개별 성매매는 청소년들까지 유혹에 빠뜨리고 있다.

성매매 문제를 두고는 여러 시각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행된 지 10년이 훨씬 넘은 성매매특별법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고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는 편이다.

정미례 성매매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성매매특별법은 변화하는 상황을 하나하나 규제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업소들이 행정처분까지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법이 지닌 대표적 한계"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성매매 여성을 '자발'과 '강제'로 나눠 강제가 없는 여성은 자발적으로 성매매했다고 처벌하는 것도 문제"라며 "이 때문에 여성들이 자기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피해사실을 고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최강현 한국성폭력예방연구소 소장은 "성매매특별법이 지나치게 강력해 부작용이 너무 많다"며 "스웨덴처럼 성 매수자만 처벌하는 제도를 도입하든지 해서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대안이 없다면 이처럼 북유럽 모델로 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법 집행시스템이 불완전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미례 대표는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성매매 방지정책 추진 기구가 축소되고, 경찰도 수사단속보다 예방단속에 치중하는 사이 성매매 알선자들이 단속을 피해 온라인 등으로 이동했다"며 "이번 정부는 적극 대응해 시스템과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대표도 "법 자체에 한계가 있다기보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한 수사나 판결 등 시스템에 한계가 있다"며 "법이 만들어진 취지에 맞게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