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국내 2위 거래소인 ‘빗썸’을 상대로 “배분된 가상화폐를 지급받지 못했다”며 공동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가상화폐와 관련해 국내에서 이뤄지는 첫 단체소송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가상화폐에 대한 법률 체계 미비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했다.
법률체계 '구멍'난 가상화폐… 첫 단체소송 제기
◆국내 첫 가상화폐 단체소송

법무법인 동인은 19일 “빗썸이 지난 6월 가상화폐의 일종인 이오스 측에서 제공한 에어드랍을 국내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지급도 하지 않았다”며 “원고인단을 모집해 다음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송 참여 인원은 1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오스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같은 가상화폐의 일종으로 거래량 기준으로 세계 5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에어드랍이란 가상화폐 제작자가 화폐 활성화를 위해 이벤트 성격으로 소유자에게 무료로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주식으로 따지면 주주배정 무상증자와 같은 개념이다.

동인에 따르면 지난 6월3일 오전 7시 국내 이오스 투자자에게 에어드랍이 이뤄졌다. 하지만 빗썸은 거래소 전자지갑에 생성된 추가 코인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지 않거나 추가지급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기원 동인 변호사는 “다른 거래소는 에어드랍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빗썸은 이오스 보유량 세계 2위 거래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지 않았다”며 “빗썸이 관련 법규정 미비와 일반 투자자들의 무관심 등을 이용해 부당이익을 얻거나 적어도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빗썸 측은 이에 대해 “6월 시스템 교체작업을 하느라 대응하지 못했지만 순차적으로 지급할 계획”이라면서도 “일부 거래소는 검증되지 않은 토큰(가상화폐)의 에어드랍을 거부한 사례가 있어 선별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인은 빗썸이 언제까지 지급할지, 지연 보상은 어떻게 할지 등을 밝히지 않은 데다 법적 근거 없이 에어드랍을 가져가 부당이득을 취했기 때문에 이를 돌려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인은 내달 서울중앙지법에 확인 및 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서 변호사는 “가상화폐가 민법상 ‘동산’도 아니고 ‘물건’에 해당하는지, 재산적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불명확해 소송 준비가 어려웠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법률적 정의와 피해자 보상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법률 미비

법조계에선 가상화폐에 대한 법 체계가 없어 투자자 피해로 인한 소송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현재 빗썸 업비트 등 거래소는 관련 법 규정이 없어 법률상 통신판매중개업체로 등록했다. 정부는 불법 자금의 유통을 막고자 올해 초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규제했지만 이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아무런 법률정비를 하지 않고 있다. 빗썸에 따르면 가상화폐 하루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6조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20분의 1 수준(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법원이 비트코인 몰수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가치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인별 암호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어떻게 집행해야 하는지, 가상화폐의 재물성, 몰수의 동일성 인정 여부 등이 법률적으로 확립돼 있지 않다”며 “가상화폐가 초국가적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도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