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하면서 각종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을철 야외활동이 늘면서 진드기나 모기 등에 물려 감염병에 걸리는 환자도 많다. 감염병에 걸리면 가장 먼저 호소하는 증상이 기침과 발열, 설사다.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나 세균을 배출하기 위해 면역 반응이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증상이 있다고 해도 모두 감염병에 걸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호흡기 감염병이 생겼을 때 주로 하는 기침은 역류성 질환과 다른 질환에서도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가을철 주의해야 할 감염병과 기침 증상이 생겼을 때 의심해봐야 할 질환 등에 대해 알아봤다.
환절기 감기?… 기침 3주 이상 땐 천식·역류성 질환도 의심하세요
가을에 늘어나는 감기, 천식 환자

가을에는 일교차가 커지면서 감기 환자가 늘어난다.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처럼 공기가 건조해지면서 악화하는 기관지 질환, 추워지면 환자가 늘어나는 뇌졸중도 주의해야 한다. 감기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면 예방할 수 있다. 손을 깨끗이 씻는 것도 중요하다. 외출할 때는 저녁 기온을 고려해 긴소매 옷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몸이 피곤해지지 않도록 휴식을 적절히 취해야 한다. 기침이 자주 나고 목이 약간 아파오는 감기 초기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인체의 면역 기능이 활성화돼 회복을 돕는다. 싱싱한 과일, 채소 등을 많이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감기쯤이야’ 하고 가볍게 여겨 무리하면 몸살에 고열이 겹쳐 병원을 찾을 위험이 높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도 있다.

감기는 대부분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호흡기 질환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인구 10만 명당 11~13명꼴로 사망할 위험이 있다. 만성 심장질환, 만성 기관지질환, 만성 신질환, 당뇨, 간경화 등을 앓는 사람과 65세 이상 노인은 사망률이 더 높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족 중 이 같은 고위험군이 있으면 독감이 유행하기 전인 10월 말까지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근 국내에 발생한 메르스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하나인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생기는 질환이다. 일반적인 감기와 다른 이유는 낙타, 박쥐만 감염되도록 변형된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은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주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사람 감염 바이러스로 변형되면 동물과 사람의 면역 체계가 달라 치사율이 높아진다. 중국에서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마찬가지다. 박쥐, 사향고양이 등에서 유행하던 사스-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가면서 치사율이 높아졌다. 이 같은 감염질환을 인수(人獸) 공통 감염병이라고 부른다. 예방을 위해서는 감염자는 물론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동물과의 접촉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메르스는 중동 지역에 주로 사는 단봉낙타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진드기, 모기 감염병 주의해야

쓰쓰가무시병과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도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가을철에 주의해야 할 질환이다. 쓰쓰가무시병은 털진드기에 물리면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들 진드기에 물려도 별다른 치료 없이 호전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패혈성 쇼크, 호흡부전, 신부전 등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진드기에 물린 뒤 열이 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쓰쓰가무시병은 항생제로 치료한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증상에 맞춘 대증치료를 한다.

이들 질환을 예방하려면 야외활동을 할 때 벌레 많은 곳을 피하고 긴팔 옷과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풀밭에 그대로 앉거나 눕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랜 시간 야외활동을 할 때는 벌레기피제를 사용해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고 야외활동 후 귀가하면 바로 몸을 씻어야 한다. 신증후군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도 이들과 비슷한 열성 질환이다. 이들 감염병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의 배설물을 통해 주로 감염된다. 마른 배설물이 먼지처럼 잘게 쪼개져 호흡기로 들어와 감염되기도 한다. 쥐가 많은 풀밭 등 위험지역은 피해야 한다.

모기도 사람에게 감염병을 옮기는 곤충이다. 지난 11일 경북 지역에서 올해 첫 국내 일본뇌염 환자가 발생했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 물려 생기는 질환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 물려도 99% 이상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지만 일부 환자는 급성뇌염으로 진행한다. 급성뇌염으로 진행한 환자 중 20~30%는 사망할 위험이 있다. 야외활동을 할 때는 밝은색의 긴바지와 긴소매 옷을 입고 모기장을 이용해야 한다. 집 근처 모기가 살기 쉬운 물웅덩이는 없애는 것이 좋다.

기침 증상 있다고 모두 감염병?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기침만 해도 ‘혹시 메르스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메르스가 유행하는 지역을 방문한 적이 없고 메르스 환자와 접촉한 적도 없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기침은 호흡기 감염병의 대표적 증상이지만 다른 질환 때문에 기침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도 많기 때문이다.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날씨 변화가 심한 요즘 같은 계절에는 기침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며 “콧물, 기침, 몸살을 동반하는 감기일 수도 있고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다른 병일 수도 있다”고 했다.

감기 때문에 생긴 줄 알았던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콧물이 자주 목 뒤로 넘어가고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기침이 심해진다면 후비루증후군 때문에 만성 기침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신물이 잘 올라오고 저녁을 늦게 먹은 날 밤에 자다가 발작적으로 기침을 반복하면 역류성 식도염이 기침의 원인이다. 이들 질환을 치료하지 않고 기침약만 먹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쌕쌕 하는 숨소리나 숨찬 증상과 함께 기침한다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증상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물질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환절기 감기?… 기침 3주 이상 땐 천식·역류성 질환도 의심하세요
폐렴도 기침 증상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다.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이물질, 알레르기 등으로 생기는 호흡기질환이다. 일반적으로 급성 폐렴이면 38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오한, 기침, 누런 가래, 호흡곤란, 흉통 등을 호소한다. 적절히 치료하면 1~2주 내에 회복되지만 어린이나 노인 환자는 회복이 느리다. 폐렴 사망자 9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일 정도로, 고령 환자에게는 위험한 질환이다. 노인에게 갑자기 기침 증상이 생기면 가급적 빨리 치료해야 한다. 미리 폐렴이나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는 것도 좋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세원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