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취업비리 첫 공판준비기일…전직 공정위 과장 2명만 혐의 인정
전직 공정위원장들 "불법취업, 승인한 적 없어" 혐의 부인


규제 권한을 악용해 대기업에 퇴직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공정거래위원회 전 위원장 등 간부들이 재판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다.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을 비롯한 전·현직 공정위 간부의 변호인들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들 가운데 노대래 전 위원장과 김학현 전 부위원장 등 일부만 참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이 직접 재판에 출석할 의무는 없다.

정재찬 전 위원장의 변호인은 "부위원장·위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퇴직자들이 대기업에 취업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당시 운영지원과장이 취업을 요청하면서 위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몰랐고, 지시한 적도 없다"며 취업 특혜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동수 전 위원장 측도 "취업을 위한 조직적 알선을 보고받거나 승인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고, 노대래 전 위원장과 신영선 전 부위원장의 변호인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다.

다만 김학현 전 부위원장 측은 취업 압박 등과 관련한 혐의는 인정하되 별도로 기소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친한 친구 사이의 사적인 일이었다"고 부인했다.

취업 압박 혐의가 아니라 취업제한 기관에 취업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로 기소된 지철호 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취업 당시에는 취업제한기관이 아니었고, 취업 전에 충분한 검토를 했기 때문에 범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2명의 피고인 가운데 혐의를 인정한 이는 공정위 전직 과장인 김모씨와 윤모씨 등 두 사람뿐이었다.

이들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 간부로 재직하면서 퇴직 예정인 공정위 간부들을 채용하도록 민간 기업에 압력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기간 16곳의 기업이 강요에 못 이겨 18명의 공정위 간부를 채용했고, 임금으로 총 76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운영지원과장과 부위원장 등이 기업 고위 관계자를 만나 직접 채용을 요구했고, 시기·기간·급여·처우 등도 사실상 직접 결정하며 마치 기업을 유관기관처럼 활용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김학현 전 부위원장은 대기업에 자녀 취업을 청탁해 성사시킨 혐의(뇌물수수)도 받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