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선정 방식은 '지자체 합의 추천· 전문가 선정' 2가지 방안 제시
규모에 대한 불만과 입지선정 갈등 쏟아져 향후 험로 예상
학생 1000명·교수 100명·부지 120만㎡…한전공대 밑그림
대학 규모, 설립 시기, 입지선정 방식을 두고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한전공대 설립의 밑그림이 나왔다.

'학생 1천명, 교수 100명, 부지 120만㎡ 규모로 오는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한다'는 내용의 한전공대(가칭) 설립 중간용역 결과가 10일 공개됐다.

우선 규모 측면에서 지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한전공대 설립을 위해서는 범정부 지원조직을 구축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인프라 구축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제시한 반면, 한전의 역할은 추진방안 마련으로 한정해 추가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 '작지만 강한 대학' 목표…학생과 교수 1천명과 100명 부지는·120만㎡
컨설팅사 'A.T.Kearney'는 이날 한전 본사에 열린 한전공대 설립 용역 중간 보고회에 한전 공대의 규모를 가늠할 밑그림을 제시했다.

'설립 타당성이 매우 크나, 성공적 설립을 위한 방향 설정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결론을 냈다.

세계적 수준 에너지 특화대학 설립으로 국고와 한전의 미래 에너지 주도권 기틀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설립 타당성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와 타 대학 및 한전 재정 악화 등의 상황에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최적화된 설립 구상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한전 재무 악영향과 국민 세금 과잉투입 최소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고 설립 방향으로 '작지만 강한 대학'을 지향하도록 했다.

대학구조조정 상황 속에 상생을 위해 타 대학 연구소와 연결·협력하는 '연합형 대학'과 에너지 밸리와 국가·산업에 공헌하기 위해 '글로컬 혁신대학'이라는 방향성이 정해졌다.

강소대학의 방향성에 맞춰 학생 수는 1천명+α(외국인 학생)으로 정했다.

6개 에너지 관련 전공에 각 100명의 학부생이 필요하다고 보고, 우리나라 과기대 평균 학부생 비율을 따져 최소 학부생을 400명을 잡았다.

교수 숫자는 우리나라 5대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 해외 유수 대학의 학생-교수 비율(10명당 1명)을 따져 100명으로 정했다.

부지는 120만㎡로 정했는데 대학 40만㎡, 클러스터 40만㎡, 대형연구시설 40만㎡ 등이다.

학생들에게는 학비 부담과 기숙사 비용을 전액 면제해 주기로 했다.

총장은 노벨상급 국제상 수상 경력자를 초청해 미국 최고 수준(100만 달러+α)연봉을 줘 학교운영의 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교수들에게도 과기대 3배 이상의 연봉(4억원+α)를 주고, 국내 대학 2배 수준의 연구 시드머니(10억+α)를 제시했다.

컨설팅사는 한전공대의 발전 단계를 3단계로 나눠 "에너지 분야에서는 20년 내 국내 최고, 30년 내 5천명 대학 클러스터 규모의 세계 최고 공대를 실현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학생 1000명·교수 100명·부지 120만㎡…한전공대 밑그림
◇ 입지선정방식·지원방향 등 논란 예상
중간 용역보고서에서는 입지선정 원칙도 참고 자료로 담겼다.

2022년 3월 개교 목표를 신속한 인허가가 가능한 국·공유지가 필요하고, 기간 내 건설공사를 마치려면 물리적 입지 특성을 만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제시했다.

또 에너지특화 클러스터 중심대학 구축을 위해 산·학·연 확장이 용이한 부지 입지와 글로벌 수준의 환경 마련이 가능한 입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광주와 전남 지자체가 '합의 추천해 최단기간 부지조건에 맞는 입지를 추천'하는 방식과 용역 내 '전문가가 전문성과 객관성을 확보해 부지를 선정'하는 방식 등 2가지 입지선정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서로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지자체가 알아서 협의하거나, 협의가 안 돼 부지선정이 지연되면 용역 전문가 측에 전권을 일임해야 개교 시기를 지킬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돼 논란도 예상된다.

보고서에는 제언사항으로 범정부 지원조직 구축과 정부·지자체의 재정과 인프라 조성 지원이 있어야 대학 설립이 가능하다는 내용도 담았다.

울산과기대 설립 과정을 사례로 든 컨설팅사는 정부 차원의 설립추진위 발족이 대학 설립 가속화를 위한 핵심동인이며, 정부의 정책적·재정적 지원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는 인프라 조성을 전담하고 시·도 차원의 재정적 지원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전은 성공적 대학 설립과 운영을 위해 재정지원, 인적·물적 자원공유 등 최적의 추진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역할을 한정했다.
학생 1000명·교수 100명·부지 120만㎡…한전공대 밑그림
◇ 중간 보고회 발표장서 '규모불만·입지 갈등' 쏟아져
'학생 1천명, 교수 100명, 부지 120만㎡'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한전공대 규모에 대한 불만이 먼저 쏟아져 나왔다.

패널로 나선 김병주 전남도 일자리정책본부장은 "포스코 보다 한전의 규모가 훨씬 큼에도 포항공대보다 한전공대의 규모가 작다"며 "학과를 불과 5개로 산정해 학생 수가 적어지니, 부지 규모도 축소됐다.

40억원이 든 용역 결과로는 실망스러운 결과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무소속 손금주(전남 나주·화순) 의원도 "한전공대가 스마트 시티 캠퍼스를 모델로 구축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1천명 규모의 학생, 시설 등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현빈 한전공대 설립단장은 "학령인구가 대폭 줄고 대학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신설이 적절한지 고민이 컸다"며 "결국 작지만 강하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규모를 키우는 것은 나중의 문제다"고 반박했다.

재정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부 측 패널로 참여한 교육부 전문가협의회 최승호 위원(동신대 공과대학장)은 "한전공대가 앞으로 대학 설립 후 어떤 식으로 재정문제를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담보가 있어야 설립이 가능하다"며 "다양한 대안과 검토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중 일부는 자신의 지역으로 한전공대를 유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입장을 설파해 벌써 지역 간 입지선정 갈등을 노출하기도 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국정과제 이행이라는 측면과 한전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기술 역량 제고라는 측면에서 한전공대 설립은 한전의 핵심과제다"며 "지속가능한 성장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 설립, 부지 인허가.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고 밝혔다.

민형배 대통령비서실 자치발전 비서관은 "대통령 지역공약 사업을 챙기는 차원에서 어떻게 이뤄지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중간보고회에 참석했다"며 "정부 지원체계를 잘 꾸려 대통령의 공약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학생 1000명·교수 100명·부지 120만㎡…한전공대 밑그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