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운 인포스탁 자문위원

요즘 사회적 측면에서 국민연금이 핫이슈다. 국민연금 이슈는 ‘기금고갈’을 쟁점으로 해마다 논쟁이 대상이 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강도가 좀 더 세다. “기금 고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기금고갈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안 카드를 만지면서 여론은 들끓고 있다.

여기에 가입연령 상향조정과 수급개시 연장 등의 내용도 알려지면서 성난 국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쏟아내는 지경까지 왔다.

특히 정부를 향한 불신은 이제 세대간 갈등으로 양상으로 치닫는다. 저출산·고령화로 기금고갈이 현실화 되면서 젊은층의 보험료 인상으로 연금을 메우려고 한다는 비난이다.

이같이 매년 국민연금 기금고갈 논란이 벌이지는 중요한 배경에는 급격한 인구감소가 중요하게 차지한다.

최근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이미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비율 7% 이상)를 넘어 고령사회(14.2%)로 진입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낸 사람보다 받을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구문제 대문에 국민연금 고갈을 걱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우리국민들의 노후 생계를 위해 가입한 일종의 ‘장기 국민펀드’다. 일반적으로 펀드의 순자산가치(NAV: Net Asset Value)를 결정하는 것은 그 펀드로 ‘자금의 유출과 유입’과 ‘펀드의 수익률’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는 곧 인구구조의 문제는 펀드자금 유출입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 수명 연장은 미래에 펀드에서 유출될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르게는 출생률 저하는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펀드유입이 되는 셈이다.

◇ 국민연금 5년간 수익률 5.20%

그렇다면 펀드의 순자자산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 국민연금 수익률은 어떠할까.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국민연금과 각국 연금 수익률을 비교 제시하는 사례를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연금을 비교하는데 연금의 다른 회계기간(국민연금12월, 일본연금·캐나다연금 3월, CalPERs 6월, 노르웨이연금 12월)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같이 만기가 무한대에 가까운 국민펀드의 수익률을 6개월 1년 단기 수익률을 놓고 평가하는 오류를 범한다.

회계기간이 다른 각국의 연금수익률을 국민연금의 회계기간인 12월에 맞추어 계산해 수익률을 분석해본 결과, 국민연금의 지난 5년간(2013-2017년) 연율 수익률(복리수익률)은 5.20%다.

2018년 7월 30일 발표된 ‘국민연금기금 운용지침’에서 목표로 하는 장기 목표수익률(실질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조정치= 명목경제성장률) 4.67%와 국민연금 제3차 재정 추계시(2013년), 목표 수익률로 산정했던 회사채 수익률 2.77%(지난 5년 회사채AA- 토탈리턴 수익률)을 각각 0.53%와 2.43% 초과 달성한 수준이다.

이는 한 나라의 명목경제성장률과 그 나라에서 발행되는 채권수익률 중 중간수준에 위치하는 회사채 수익률은 유사한 수준에 있다. 그래서 과거5~6%의 실질경제성장과 2%내외의 인플레이션 시기에 있는 국가들은 국가연금 및 각종 은퇴관련 펀드들이 이 두 수치의 합인 명목경제

성장률(7~8%)을 자신들이 운용하는 펀드들의 목표 수익률로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국민연금도 연금의 설립 초기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명목경제성장률과 회사채수익률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자료: 국민연금, 한국은행

◇ 각국의 연금들 자국 명목경제성장률 넘어선 수익률 기록

최근(5~10년) 각국의 국가 연금들은 우리의 국민연금과 달리 자국의 명목경제성장률을 크게 초과하는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율 수익률(복리기준)기준으로 세계의 유수 연기금들의 수익률을 비교해본 결과 , 비교대상의 각국 연금들의 수익률이 국민연금 수익률에 비해 작게는 2.8%(일본), 크게는 6% 이상(캐나다연금) 높다.

자료: 각 연기금의 연차 및 분기보고서

자료: 각 연기금의 연차 및 분기보고서

얼핏 보면 국민연금과 일본연금의 5년 연율 수익률 차 2.8%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5년간 누적 수익률로 계산하면 일본연금과의 차이는 18%, 캐나다 연금과 43% 이다.

즉 5년전인 2012년에 100만원을 그 시기의 각국통화로 각 연금에 맡겼다면 2017년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약 130만원, 일본연금은 147만원, 캐나다연금은 172만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다른 연기금들과 비교시 수익률 측면에서 우량한 수익률을 기록했었다.

자료: 각 연기금의 연차 및 분기보고서

특히, 금융위기시절에도 다른 연기금들이 큰폭의 마이너스(-)수익률을 기록한데 비해 비교적 양호한 수익률에 비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해 각 연금들의 부러움을 샀던 시절도 있었다.

일본연금은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연금 포트폴리오내에 수익률이 낮은 자국채권(2007년 약 70%)의 높은 비중 때문에 수익률 측면에서는 국민연금과 비교 대상이 되질 못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이후 수익률기준으로 원금을 회복하는데 무려 5년이나 소요되기도 했다.

자료: FRED

그런데 일본연금의 최근 연율수익률은 1년, 3년, 5년, 7년 기준(12월 기준) 각각 10.99%, 4.83%, 8.00%, 6.58%를 기록했다. 국민연금의 연율 수익률에 비해 위의 기간중 최근 3년을 제외하고는 우월하다.

◇ 국민연금 목표 수익률 수정해야

그렇다면 각국의 연기금들은 국민연금운용지침의 장기 목표수익률로 삼는 자국의 명목경제성장률 대비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획득하고 있을까.

자료: 각국 연금 연차보고서, FRED

각국 연금의 연율수익률과 연율명목경제성장률(실질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간의 차이를 보면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의 연금들이 자국의 명목 경제성장률을 훨씬 초과하는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이는 선진국가들의 연금가입자들이 연금수익률의 단기변동성을 추가 부담해서라도 자국의 명목성장률을 훨씬 초과하는 연금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국민연금의 5년 연율수익률 5.2%는 2013년 제3차 재정계산(재정추계)시 점차 연금 수익률이 하락해서 2040년 이후 수렴할 것으로 예상했던 수준이다.

물론, 2013년 당시 회사채 수익률이 현재 수준보다 높아서 전망치가 높게 설정된 것도 수익률 차이를 설명할 수 있고,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우리는 장기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데”라고 항변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최근 수익률이 다른 나라의 연금 수익률에 비해 국민연금수익률(실적)이 낮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각국의 연금들은 자국의 명목성장률을 자신들의 수익률 목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한 만큼 명목 잠재경제성장률과 회사채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 한일이다.

이런데도 아직 국민연금의 목표 수익률이 명목경제성장률과 회사채 수익률에 머문다는 것은 앞으로 5년후, 다시 국민들에게 “더 내고 더 늦게 받는”을 밖에 없다고 또다시 읍소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연금 2058년 고갈’ 전망 자료의 수치로 계산하면, 2058년까지 연금수익률 1%를 추가로 개선시키면, 약 500조(2018년 5월 현재 국민연금규모 634조)의 기금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과거 수익률이 부진은 지나간 일이다. 그렇지만, 추가 1%의 수익률 개선을 위한 목표 수익률 수정과 그에 상응하는 노력없이,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것을 국민들에게 제안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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