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시민참여형 예산을 1조원대로 늘리면서 이와 관련한 공론화기구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신설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미 다양한 시민 정책제안 창구가 있는데도 또다시 재정을 투입해 별도 조직을 구성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이 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 ‘시민민주주의 기본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7일 밝혔다. 시민 아이디어를 접수해 정책으로 연결하는 서울시의 시민참여형 예산은 올 기준 700억여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선7기 과제로 시민참여형 예산을 시 전체 예산(2018년 순계 기준 28조원)의 5%인 1조4000억원까지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신설 조례에 따르면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생활밀착형 사업 등에 대한 숙의 과정을 주도하는 별도의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설립된다. 예를 들면 공유자전거 ‘따릉이’나 ‘밤도깨비야시장’ 운영 등에 대한 시민 아이디어를 모으고, 이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개방형 직위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11명을 위촉한다. 위원은 시민단체, 시 공무원 등으로 구성하고, 보수와 수당 등을 지급한다. 위원회 산하엔 실무를 맡을 사무국과 상근직원을 둔다.

서울시는 이미 ‘민주주의 서울’ ‘서울시 응답소’ 등 시민 정책제안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또다시 개방형 임용직으로 유급직 위원을 구성하면서 별다른 자격요건도 두지 않아 ‘자리 나눠먹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