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들을 대표해 대법원장에게 사법행정을 자문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지방법원의 합의부 재판장 자격을 제한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일정 기간 배석판사로 근무하면 단독판사로 우선 보임하는 내용도 회의 주제로 올랐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보다는 판사들의 경력 관리를 위해 인사제도를 바꾸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본지가 입수한 ‘2018년 9월10일 전국법관대표회의 임시회의 자료집’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인사제도분과위원회는 ‘법관의 사무분담 기준에 관한 권고 의안’을 통해 법관의 인사 기준을 법조 경력이 아니라 순환근무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방법원 합의부는 부장판사 한 명과 배석판사 두 명으로 구성된다. 재판장은 부장판사다. 인사분과위는 앞으로 재판장을 2년 이상 연속해 근무한 단독부장에게 맡기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4년 이상 합의부장을 맡았다면 보임 기준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방안을 내놨다. 일반적으로 합의부장판사는 단독부장판사보다 경력이 많다.

논의안에는 합의부장판사를 도와 재판을 진행하는 배석판사의 근무 기간이 7년 이상이거나 5년 연속 배석판사로 근무한 법관은 우선으로 단독판사 자리를 내주는 내용도 담겼다. 배석판사만 오래 하다 보면 재판장을 맡지 못해 재판 역량을 키우기 어렵다는 게 위원회 주장이다.

위원회는 또 합의부장에 대한 근무 평가를 배석판사가 할 수 있도록 하는 상향식 인사 평가 기준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법원장 후보자 추천 과정에 소속 법원 판사들이 개입하는 내용의 의안도 발의했다.

이에 대해 법원 일각에서는 위원회의 안이 ‘자리 나눠 먹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력이 많은 법관들이 좋은 자리에 계속 머물러 일선 판사들의 기회가 줄어드니 인사제도를 바꿔보려는 시도라는 평가다. 한 현직 판사는 “재판받는 국민을 생각하기보다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인사제도를 만드는 데 급급한 것 같다”고 쓴소리를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