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명 이제 시작… 쌍용차·강정마을 등과 연대해 대응"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경찰, 위험 예측하고도 무리한 진압" 발표
용산참사 규명위원회 "김석기 진압책임 즉각 수사·처벌"
2009년 1월 용산참사 때 경찰이 무리한 작전을 펼쳤다는 경찰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이하 규명위)는 당시 경찰 지휘부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규명위는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석기(당시 경찰청장 내정자·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살인진압 지휘, 조직적 여론조작, 검찰수사 개입 등 위법행위가 확인됐다"며 "김석기를 즉시 수사하고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규명위는 "우리 모두 알지만, 저들이 인정하지 않았던 '과잉진압에 의한 참사'라는 것이 공식 조사를 통해 인정됐다"며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켜켜이 쌓아 온 응어리의 아주 작은 덩어리가 조금은 덜어지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도 용산참사를 조사 중인 만큼 검찰은 경찰 조사위원회의 한계로 조사하지 못한 김석기 등 지휘책임자들을 소환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용산참사 규명은 이제 시작이며 오늘 발표로 작은 물꼬가 트였을 뿐"이라며 "국가 폭력에 의해 하루아침에 국민 6명이 사망한 참사를 공소시효 등을 빌미로 처벌하지 못한다면 재발방지 대책은 공허하다"고 재차 처벌을 촉구했다.

사망자 유가족 전재숙 씨는 "진압을 지시한 이명박과 김석기를 저희와 똑같이 만드는 게 소원"이라며 "이명박은 지금 구속됐는데 김석기는 국회를 활보한다.

그를 끌어내려 구속하는 것이 저희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소속 노조원 3명도 참가해 힘을 보탰다.

지난달 28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009년 쌍용차 파업 경찰 진압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찰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선동 쌍용차지부 조직위원장은 "용산참사와 쌍용차는 진압 방식이나 언론조작 등에서 판박이"라며 "앞으로 진상규명을 지켜보면서 규명위는 물론 강정마을 주민들과도 연대해 지속해서 함께 논의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용산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지휘부가 화재 등 위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상하고도 무리한 작전을 강행, 인명피해가 났다는 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전국 사이버 수사요원 900명을 동원해 용산참사와 관련한 인터넷 여론을 분석하고, 경찰 비판 글에 반박 글을 올리는가 하면 각종 여론조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김석기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 지시가 발단이 돼 이뤄진 조치로 드러났다.

경찰은 용산참사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간부 검사와 6개 언론사 관계자들에 대한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19일 철거민 32명이 재개발 사업 관련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빌딩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농성하던 중 경찰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이 숨진 사건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