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국제조세협회) 연차총회

1800여명 몰린 IFA 연차총회 - 한경 단독 미디어 파트너

이탈리아, GAAR 도입 이후 가산세 180% 부과
현행 SAAR로 탈세 못 잡는 한국도 시행 불가피

과세당국 '무소불위' 권한…기업투자 위축 우려
안전장치 마련해 GAAR 도입 부작용 막아야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조세협회(IFA) 총회 학술세미나에서 좌장을 맡은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왼쪽 네 번째)의 발언을 토론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요시무라 마사오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 대니얼 롤프스 미국 KPMG 파트너, 주디스 프리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윤 대표변호사, 파울로 로젠블랏 브라질 페르남부쿠주 가톨릭대 교수, 엘리프 크레이그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 필립 마탱 프랑스 최고행정법원 수석판사, 조지 코플러 오스트리아 린츠대 교수.  /국제조세협회 제공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조세협회(IFA) 총회 학술세미나에서 좌장을 맡은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왼쪽 네 번째)의 발언을 토론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요시무라 마사오 일본 히토쓰바시대 교수, 대니얼 롤프스 미국 KPMG 파트너, 주디스 프리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윤 대표변호사, 파울로 로젠블랏 브라질 페르남부쿠주 가톨릭대 교수, 엘리프 크레이그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 필립 마탱 프랑스 최고행정법원 수석판사, 조지 코플러 오스트리아 린츠대 교수. /국제조세협회 제공

유럽연합(EU) 등 국제 사회가 과세당국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하는 ‘일반적 조세회피방지규정(GAAR)’을 본격 도입하고 있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AAR을 적용하면 국세청 등 과세당국은 세법의 남용을 초래한다는 식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이유를 들어 세금 폭탄을 물릴 수 있어서다. 현재 한국은 과세 대상과 내용을 일일이 나열하는 ‘개별적 조세회피방지규정(SAAR)’을 적용하고 있다.

국제조세협회(IFA)와 한국조세협회가 주최한 제72차 국제 IFA 연차 총회에서는 GAAR을 둘러싼 필요성과 부작용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번 총회는 일본과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열렸으며 세계 법률, 세무전문가 18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지난 2일 막이 올라 6일까지 이어진다. 한국경제신문은 IFA 총회의 단독 미디어 파트너를 맡았다.

◆GAAR, 다국적 기업이 타깃

한국 등 많은 국가는 지금까지 기업들에 SAAR을 적용해왔다. SAAR은 명확한 기준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 그러나 시시각각 진화하는 탈세 수법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패트리샤 브라운 미국 마이애미법대 교수는 지난 3일 ‘주요국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GAAR 도입 현황과 논란’을 주제로 열린 기조연설 토론에서 “납세자들이 항상 거래구조를 바꾸기 때문에 (탈세를 잡는 것은) 경찰이 도둑을 쫓아가는 게임”이라고 비유했다. 경찰이 매뉴얼대로만 움직인다면 도둑이 피해가기 쉽다는 얘기다.

상당수 EU 회원국은 GAAR을 통해 ‘도둑(탈세범)’ 잡기를 시도하고 있다. GAAR은 수만 가지 탈세 형태를 깨알같이 규제한 SAAR과 달리 행위보다는 동기에 집중한다. “세법을 남용하거나 통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세금을 아끼려 했을 경우 조세 혜택은 무효”라는 등의 규정이 생겨나는 이유다. GAAR은 강력한 페널티를 동반한다. EU 회원국들은 탈세가 확인되면 평균 70%의 가산세를 물린다. 이탈리아의 가산세는 180%에 이른다.

요시무라 마사오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최근 공격적인 조세 회피에 시달리는 일본도 GAAR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도 지난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롯한 68개국과 다자간 협정을 맺으면서 GAAR 도입을 위한 걸음을 뗐다. 조약 당사국 간 국회 비준 절차와 법 개정 절차를 거치면 GAAR이 시행된다. GAAR은 다자간 조약을 필요로 한다. 기존 양국 간 조세조약 형태로는 나날이 늘어나는 다국적 기업의 탈세에 공동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세당국에 무소불위 권한’ 우려도

상당수 총회 참석자는 GAAR의 의도를 존중한다면서도 견제장치 없이 도입하면 과세 불확실성이 커져 기업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조연설 토론의 좌장을 맡은 윤세리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도 “GAAR은 과세당국에 ‘백지수표’를 주는 것과 같다”며 “‘세이프가드(안전 조항)’를 반드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조세법체계나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GAAR의 부작용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에서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의 경우 자칫 GAAR 도입이 정부에 ‘무소불위’의 조세 권한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주디스 프리드먼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영국 캐나다 호주 인도 등은 GAAR의 올바른 활용을 위해 별도의 전문가 심의단체(패널)를 운영하면서 과세당국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고 대안을 소개했다.

일각에서는 GAAR 도입이 만능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2006년 프랑스 카르푸가 한국카르푸를 매각할 때 벌어진 조세 소송에서 국세청은 GAAR 법리(실질과세원칙)를 내세워 카르푸 본사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세하려 했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GAAR도 완벽하지 않다는 증거”라며 “국가 상황에 따라 SAAR과 적절히 융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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