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따라 특별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대학교수들이 노동조합까지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교원노조법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다. 비정규직 교수 증가 등으로 지위 향상을 위한 보호장치가 필요해졌다는 게 주요 배경이지만 교수 사회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갖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노조를 설립하고 단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자격을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교원으로 한정하고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0년 3월31일까지 대학 교원의 노조 설립을 허가하도록 법률을 바꿔야 한다.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교수 단결권 인정"… 노조 합법화 길 터준 憲裁
고용노동부는 법외노조인 전국교수노동조합이 2015년 4월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교원노조법 제2조를 근거로 접수하지 않았다. 이에 교수노조는 고용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같은 해 12월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단기계약직 교수와 전담교수가 생겨나는 등 2000년대 초반 이후 대학 교원의 신분이 열악해지고 있다”며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단결권 보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들은 교수협의회나 대학평의원회를 통해 대학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나 임금이나 근무조건 등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공립대 교원의 경우 초·중등교원에 비해 신분이 법적으로 강하게 보장되고 있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교수노조 합법화를 놓고 법조계와 교육계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교수노조 관계자는 “국회는 헌재의 위헌 결정을 존중해 교원노조법을 하루빨리 개정해 저임금에 노출된 비정규직 교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헌재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학 교원들은 교수 내용과 방법은 물론 노동시간 등 여러 방면에서 큰 폭의 자율성을 보장받을뿐더러 근로자라기보다는 대학 운영의 주축 세력으로 사용자의 성격도 강하다”며 “이들에게 노조 설립권을 보장하겠다는 결정은 나도 교수지만 솔직히 의아하다”고 말했다.

헌재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대학 교원은 일반근로자나 초·중등교원과 구별되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고 있다”며 노조 설립을 금지하는 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제청법원은 이른바 ‘비정년트랙’ 교원의 문제 때문에 단결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나 비정년트랙 교원의 지위 개선을 이유로 모든 대학 교원에게 단결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