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절차 밟고 있다…행정 이의제기는 청원제도 취지 안 맞아"
'학생 의견수렴 없었다' 지적에 "학교 노력에도 공감 못 얻어 안타까워"
조희연 "대성고 '자사고→일반고' 법대로 진행"… 학생청원 반박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서 일반고로의 전환이 학교·교육청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된다는 대성고등학교 학생의 청원에 "전환은 정상적 절차로 진행 중"이라며 반박성 답변을 내놨다.

서울시교육청 청원게시판이 지난달 10일 운영되기 시작한 이후 조 교육감이 청원에 답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감이 답변하는 기준은 시민청원의 경우 30일간 1만명 이상, 학생청원은 1천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을 때다.

지난달 20일 올라온 대성고 학생의 청원은 하루 만에 1천여명 동의를 받았고 최종적으로는 1천185명이 동의했다.

청원을 낸 학생은 "왜 학생을 희생양 삼아 자사고를 폐지하느냐"면서 "학교는 일반고 전환과 관련해 학생들에게 설명하지도 의견을 묻지도 않았고 교육청은 자사고 지정취소에만 관심을 둬 학생들의 억울함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대성고 자사고 지정취소 절차를 밟는 중이다.

대성고가 지원자 감소 등을 이유로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만 동의하면 대성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서 신입생을 받는다.

기존 재학생은 일반고로 전환한 데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대성고 학생·학부모 390명은 일반고 전환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낸 상태다.

조 교육감은 "대성고 일반고 전환은 법령에 따라 정상적 절차로 진행되는 교육행정"이라면서 "학생이 청원제도의 의미를 너무 확대해석해 행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계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번 청원은 청원으로 수용하기 어려워 고민했다"면서 "소통기회로 삼고자 학생 여러분이 제기한 질문에 답변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 전환 추진과정에서 학생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는 "학교가 다름대로 학생과 학부모 이해를 구하고자 노력했으나 공감을 얻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교육청은 학교법인이 제출한 자료의 적법성을 판단하고 이에 기초해 정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교육청이 '밀어붙이기식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학교 측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으로 (일반고 전환이) 시작됐다"면서 "교육청의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답변을 두고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가 일반고 전환을 자발적으로 선택했고 교육청은 법을 지켰다는 입장만 강조하는 '책임회피성 답변'이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 전환으로 재학생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반고가 된 대성고에는 5년간 예산 총 10억원을 지원하는 등 행정·재정지원으로 자사고보다 특색있는 교육이 이뤄지도록 돕겠다고 했다.

그는 "특목고-자사고-일반고로 이어지는 '수직적 다양화'가 아닌 '수평적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이번 답변이 부족해 학생들이 토론을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에 동의하지 말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대성고의 일반고 전환 추진 절차가 이대로 진행되면 다른 자사고들도 학생과 학부모 동의나 의견수렴 없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교육청도 일반고 전환 추진과정을 비공개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