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꺼짐' 사고 이틀째인 1일 두 차례 주민설명회…"수요일까지 응급복구 전력"
"한국지반공학회에서 정밀안전진단 예정…10월 말 최종 보고서 낼 것"
사고현장 인접 동 아파트 주민-입주자대표 간 실랑이…일부 주민, 시행사 등 고소 방침
금천구청 "다른 도로도 침하징후… 아파트 기울기는 이상무"
서울 금천구 가산동 한 아파트 인근 오피스텔 공사장과 도로의 땅이 꺼져 주민들이 긴급대피한 사고와 관련해 근처의 다른 도로에서도 침하징후가 발견됐다.

일부 주민이 오피스텔 시행사 대표 등에 대한 고소를 고려 중인 가운데, 금천구청은 오는 10월 말쯤 붕괴 원인과 지반 상태 등을 포함한 최종 보고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금천구청은 1일 오후 가산동 사고 현장의 통합지원본부에서 주민 대상 브리핑을 열어 "아파트 다른 동 앞 도로의 침하징후가 보여 어제 오후 10시 50분께부터 도로를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31일 사고는 오피스텔 공사장을 바라보며 나란히 선 아파트 3개 동의 앞에 있는 도로에서 발생했는데, 이 3개 동의 오른쪽에 있는 다른 동 앞 도로에서도 이상 증세가 포착됐다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그 부분은 오늘 오전 시추기가 3개 지점을 뚫어 토지를 시추했고 분석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금천구청은 오후 6시에 연 2차 주민 브리핑에서는 "10월 말 붕괴 원인 등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내겠다"며 "건물 외벽에 설치한 계측기는 계속 유지해 1, 2년 이후에도 최종 데이터를 주민들께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 공사는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중단된다.

3개 동 중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1개 동의 기울기는 이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청 측은 "해당 동 외벽에 계측기를 설치했는데 지금까지 특별한 징후가 없다"며 "수직 측량도 같이하고 있는데 별다른 점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피한 주민들이 다시 입주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구청은 "계측기를 추가로 (다른 장소에도) 설치해서 그 값을 가지고 판단하려고 했는데 계측기 구매가 여의치 않다"며 "전문가들은 계측 결과를 최소 24시간은 봐야 입주 여부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구청은 2일 오후 5시 계측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날 긴급대피해 외부 숙소에 묵은 주민들에게는 오피스텔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계속해서 비용을 정산해줄 방침이다.

구청과 대우건설은 전국 각지에서 흙을 가져와 공사장에서 토사가 유출된 부분을 다시 메우는 복구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3일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됨에 따라 주변 흙 위에 천막을 쳐서 빗물이 가급적 유입되지 않게 할 계획이다.

구청 관계자는 "지금은 안전확보가 최우선이라서 저희 생각으로는 수요일까지 응급복구에 온 힘을 기울이려고 한다"며 "이후 정밀안전 진단업체를 선정해 원인, 토질 상태, 구조물 상태, 복구 공법 등을 파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오는 13일 오전까지는 외부 숙소에서 숙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구청 측은 정밀안전진단에 1∼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진단 후에도 계측기를 설치해 계속해서 건물 기울기 등 안전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진단은 구청의 요청을 받은 한국지반공학회가 추천한 전문가들이 맡게 될 전망이다.
금천구청 "다른 도로도 침하징후… 아파트 기울기는 이상무"
앞선 주민 대상 브리핑에 이어 오후 6시에 열린 브리핑에서도 주민 간 고성이 오갔다.

긴급대피로 직접 피해를 본 3개 동 주민들이 "(다른 동에 사는) 입주자대표가 협조하지 않는다"고 따졌고, 이에 입주자대표 A씨가 언쟁을 벌이다 3개 동 주민 중 1명과 뒤엉켜 넘어지기도 했다.

2차 주민설명회에서도 "열흘 전부터 균열이 있었고, 입주자대표회의도 이를 알았는데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책임을 묻자 주민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날 주민들에게 알리는 입장문을 내 "올해 5∼8월 구청에 무리한 공사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고 단속을 요청했으며 8월 20일에는 공사장 인근 균열을 발견, 22일에 공사 중지요청 공문을 구청에 보냈다"고 항변했다.

격앙된 주민들은 최종적으로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입주민은 "부동산들이 이 아파트는 매매도 전세도 받지 말자는 말을 한다고 한다"며 "현재 매매가로 보상해달라. 우리는 다 이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입주민은 "오후 1시 브리핑인데 이를 알리는 아파트 내 방송이 낮 12시 40분에 나왔다"며 "20분 전에 모이라고 방송하는 그 태도가 말이 되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주민은 시행사와 시공사 대표, 금천구청 등을 대상으로 고소에 나서야 한다고 말해 다른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주민은 "이번 사고가 책임자들이 다 발뺌한 세월호와 다른 게 뭐가 있느냐"며 주민들의 위임을 받아 고소할 방침을 밝혔다.

전날 오전 4시 38분께 이 아파트 건너편 공사장과 일방통행 도로에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 사각형의 땅이 꺼졌다.

이 사고로 이웃한 아파트 주민 200여 명이 대피했고 공사장 축대가 무너졌으며 아파트단지 주차장도 내려앉아 차량 4대가 견인됐다.

문제의 공사장은 지하 3층·지상 30층 규모 오피스텔 건설 공사가 올해 1월부터 진행 중인 곳이다.
금천구청 "다른 도로도 침하징후… 아파트 기울기는 이상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