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반말 손님, 반말로 응대한 알바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 반말 손님, 반말로 응대한 알바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처음 보는 사람이 반말을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무시당한 것 같은 언짢은 기분은 당해본 사람이 아니면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반말 천국에 사는 이들이 있다. 바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들이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 초면에 반말을 했다가 불쾌감을 토로하는 사연이 올라왔다. '남편이 반말했다고 똑같이 반말한 편의점 알바생, 너무 억울하다'는 31세 여성의 이야기다.

어느 주말 남편과 함께 편의점에 들린 A씨. 라면이 먹고 싶었지만 종류가 많지 않았다. 이에 남편은 알바생에게 물었다.
"야 라면 이거밖에 없냐."


A씨 부부는 자주 가는 편의점이었고, 알바생 또한 20대 초반으로 자신들보다 어려 보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알바생의 대답에 그들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얼얼했다.
"어, 그거 밖에 없어."

A씨는 순간 너무 당황했고 남편은 "너 뭐라고 했냐?"라고 알바생에게 되물었다.

알바생은 "네가 먼저 반말했다"면서 "점장님이 손님이 반말하면 똑같이 하라고 했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A씨는 "그렇다고 손님에게 반말을 하냐"라고 지적해보았지만 알바생은 무시로 일관했다.

남편은 알바생에게 "점장에게 전화 걸라"고 화를 냈다. 알바생은 "주말이라 안나온다. 내일오면 만날 수 있다"고 응수했다.

A씨 부부는 분을 참지 못하고 인터넷에 이같이 글을 올렸다. "저희 같이 피해 보는 분들 없으면 좋겠다. 알바생도 너무 싹수 없고, 내일 가서 사과 안 하면 지역이랑 상호 공개하겠다. 이런 편의점은 한 번 당해봐야 할 거 같다."

글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A씨가 예상하는 반응과 사뭇 달랐다. 알바생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은 대처가 '사이다'라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어느 편의점인가요? 가까우면 알바에게 잘했다고 칭찬하게요. 진상 때문에 고생한다고 격려하러 가려고요", "어디서 반말인가", "예의 없는 사람들끼리 부부가 됐네요", "나이가 들수록 어린 친구들에게 모범이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결국 그런 모습이 나에게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아버지뻘이면 말도 안 해, 고작 31세인데 반말이라니" 등의 반응을 보이며 질타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싫어하는 손님 유형으로 다짜고짜 반말하는 손님이 1위로 꼽았다. 반면 가장 감동받은 손님의 태도를 묻자 '내가 건넨 인사를 상냥하게 받아줄 때(47.4%)'가 1위를 차지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아르바이트생도 귀한 집 자식이다. '손님은 왕'이라는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이제 벗어나야 할 때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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