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국가배상 부정' 재판 등 58건…헌재-법원 역학관계 대변화 가능성
민주화운동 보상법 사건·과거사사건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도 선고
"헌재가 재판취소 해달라"… 헌재 '재판소원' 허용할지 오늘 선고
헌법재판소가 법원 재판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수 없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헌재 결정이 30일 오후 2시 선고된다.

이 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하면 헌재는 법원 재판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의 상위기관으로서 기능하게 돼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 재판을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이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 등 58건을 선고한다
1973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은 백 소장은 2009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2013년 9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백 소장은 무죄를 선고한 재심판결을 근거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긴급조치에 따른 공권력 행사는 통치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민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패소로 판결했다.

이에 백 소장은 2015년 8월 헌재에 해당 재판이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부정한 재판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백 소장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한 헌재법도 위헌이라는 헌법소원도 함께 제기했다.

헌재는 백 소장 사건 외에도 긴급조치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국가배상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람들이 같은 취지로 낸 53건의 헌법소원사건도 이날 함께 선고한다.

또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약정을 무효라고 판단한 대법원의 2015년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사건 등 4건도 결론을 내린다.
"헌재가 재판취소 해달라"… 헌재 '재판소원' 허용할지 오늘 선고
재판취소와 관련된 헌법소원 사건의 무더기 선고를 앞두고 당사자인 법원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헌재법 68조 1항은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은 제기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헌재가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해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정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면, 대표적 사법기관인 법원과 헌재의 역학적 관계에 대변화가 불가피하게 된다.

사실상 헌재가 법원 재판에 대한 상위기관으로서 심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헌법이 규정한 3심제를 벗어나 4심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날 헌재는 재판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 외에도 또 다른 과거사 관련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결정도 내린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민주화운동 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수령한 경우 이를 재판상 화해로 간주하는 민주화운동 보상법 조항이 국가배상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38건의 헌법소원 사건을 두고 선고를 한다.

또 과거사 사건에 따른 국가배상청구권에도 소멸시효를 적용하도록 한 민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 9건도 이날 선고한다.

긴급조치 재판취소 사건과 더불어 민주화운동 보상법 사건과 과거사사건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 등은 모두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거래를 시도하려 했거나 헌재의 내부정보를 빼돌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사건들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가 재판취소 해달라"… 헌재 '재판소원' 허용할지 오늘 선고
이날 선고는 내달 19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진성 헌재소장과 김이수·김창종·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의 퇴임을 앞둔 5기 재판부의 마지막 선고라는 점도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