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갑질' 사례 공개…"최저임금 오를 때마다 수당 사라져"
금속노조 "최저임금 무력화·노조 와해 시도 횡행"
"회사에서 일하는 20년 동안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사장이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없앴습니다.

사장은 상여금과 각종 수당 삭감에 동의하지 않으면 회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고도 수시로 협박 아닌 협박을 했습니다."

사측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핑계로 최저임금을 무력화하거나 직원들에게 무리한 작업 속도를 요구하는 등 '갑질'과 노조 와해 시도가 횡행한다는 노동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전국금속노조 서울지부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사업장 3곳의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 사례 등을 공개하며 "원청 갑질과 재벌 적폐, 직장 갑질과 노동 적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자동차 시트커버 봉제 업체 '성진씨에스' 직원들은 20여년 동안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사장이 "원청에서 단가를 맞춰주지 않는다"며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없애왔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2000년대 중후반까지 600% 상여금을 받았으나 현재는 매달 1만∼7만원의 성과상여금만 남았다고 호소했다.

성진씨에스 직원들은 또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자 사측이 유급이던 공휴일을 무급으로 바꾸고 무상으로 제공하던 점심을 유상으로 제공하겠다며 기본급에서 식대를 공제했다고 주장했다.

서울 금천구의 사출·금형설계 업체 '신영프레시젼'의 한 직원은 "회사에 다니는 10여 년 동안 기본급이 최저임금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며 "나중에 노조에 가입해 회사 재무상태를 교육받으며 사장이 몇백억을 배당으로만 가져간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다른 직원은 "공정에 소요되는 표준 시간이 있는데, 많게는 이 표준 시간의 3배 넘는 속도로 조립 라인이 흘러간다"며 "물량이 밀리면 반장이 옆에서 얼마나 닦달을 하는지 쉬는 시간, 점심시간도 없이 일한다"고 호소했다.

금속노조는 또 성진씨에스와 신영프레시젼이 직원들의 금속노조 가입을 저지하려고 불법적이고 부당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서울 중구에 있는 견출지·스티커·라벨 제조업체 '레이테크코리아'에서도 사측이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포장부를 폐쇄하고 일방적으로 인사를 발령하는 등 부당한 구조조정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고 금속노조 측은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촛불 정권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로도 직장 내 갑질과 노동 적폐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