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자생력 확대, 글로벌화 등 다듬고 보완해야 할 숙제가 많다. 이승엽 대구시 홍보대사(앞줄 왼쪽 네 번째)와 대구 사회적 경제 기업 대표들이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구시 제공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자생력 확대, 글로벌화 등 다듬고 보완해야 할 숙제가 많다. 이승엽 대구시 홍보대사(앞줄 왼쪽 네 번째)와 대구 사회적 경제 기업 대표들이 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구시 제공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정부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1998년 공공근로사업 및 2009년 희망근로사업은 정부 재원과 민간의 창의성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개편하려는 시도가 사회적 기업의 지원으로 발전한 것이다. 사회적기업육성법과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같이 정부가 견인하고 사회가 참여하는 형태의 사회적(경제) 기업 활성화가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그동안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른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을 ‘사회적 기업 1.0’이라고 한다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극화를 해소하며 공공 부문과 시장경제를 보완하는 목표를 가진 2017년 10월의 정부 부처 합동 사회적 경제 활성화 대책의 실천을 ‘사회적 기업 2.0’으로 명명할 수 있겠다. 이번 글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포함하는 사회적 경제 정책 방향과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단계적 대응 관점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다시 한 번 제안해 본다.

지속 가능한 사회적기업 '자생력'부터 키워야
유럽형에서 미국형으로 바뀔 것

한국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책이 법률을 기반으로 한 정부 주도로 이뤄진 것은 유럽의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참고한 것이다. 이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사회적 기업 발전 방향처럼 민간 참여를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참여 활성화의 중심축은 정부의 재원 의존에서 탈피해 민간 재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사회적 기업 운영을 위한 재원 조달 측면에서는 정부 지원을 마중물로 활용하고 민간 자본시장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기존 중소기업 지원 제도와도 상통하는 방향이다. 이는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려는 조직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정책 방향이다. 엘리트 사회적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기다. 따라서 기존 인증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인 인건비, 사회보험료, 사업개발비 등에 대한 지원은 민간 영역으로 전환시키고 정부는 사회적 기업 창업 활성화, 성장을 위한 경영 지원 및 사회적 기업 상품·서비스에 대한 구매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 결국 사회적 기업의 성장이 핵심 목표이므로 이에 필요한 금융 지원과 인력 양성 및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 중간 지원조직의 역할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

재원 조달 측면에서의 사회적 기업 금융은 기존의 중소기업 금융정책 방향에 일부 초기 사회적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 즉, 사회적 기업 성과 측정 모델 개발을 통한 전통적 기업과 차별화되는 사회적 기업 신용등급제도 정립,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외에 사회적 문제 해결 연구개발(R&D) 자금 지원, 우수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투자펀드 조성 및 사회적 기업 투자, 보증 전용 가칭 ‘사회적 투자기금’ 설립과 전용 자산운용사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

미래 사회적 경제를 이끌 인재 양성 측면에서는 대학 전문교육 과정 확대, 사회적 경제 재직자 교육, 초·중·고 교육 과정에 사회적 경제 반영 등의 기존 인재 양성 방향 유지는 필요하다고 인정되지만 단순 교육 확대가 사회적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경제 인재 양성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경제 기업이 엘리트 기업으로 인정받게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우수 인재가 자연스럽게 모인다. 따라서 교육 과정에 경험과 미래 비전을 가진 우수한 사회적 기업이 교육 과정 설계와 진로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우수 중견기업으로 인정받는 월드클래스300과 같은 사회적 기업 지정 제도를 통해 기업이 교육 과정에 참여토록 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중간 지원조직의 재정비도 필요

사회적 경제 활성화 현장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중간 지원조직의 재정비도 있어야 한다. 최근 고용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16개 시도별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등의 지원 조직은 평균 7명이 재직하고 있으며, 4인 가족 기준 표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회적 경제 지원이 중간 지원조직을 통해 집행되고 있음에도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의 고용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시대에 맞춰 국내 문제 해결에만 머무는 근시안적 사회적 기업보다는 다른 나라의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려는 글로벌한 시각의 소셜벤처를 양성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비전 스프링과 D라이트 디자인, 임브레이스 글로벌 같은 사회적 기업은 모두 자국보다는 열악한 환경과 복지 문제를 가진 개발도상국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해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민간의 창의성을 사회적 문제 해결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정부 주도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공영방송을 포함한 언론 매체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심층 보도, 사회적 경제가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례의 발굴과 홍보 등을 통해 사회 전체의 인식 수준 변화가 있어야 사회적 경제의 성장이 가능하다. 단기간에 수치적으로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영천 < 한양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