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음식점 헬스장 등에서 음악을 틀 때 저작권료를 내도록 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시행된 2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는 항상 흘러나오던 국내 인기 아이돌그룹의 노래 대신 낯선 외국 음악이 흘러나왔다. 5년 전부터 개인 카페를 차려 운영한다는 김모씨는 “올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다 일회용기 금지 등으로 가게 운영이 어려운데 이젠 저작권료까지 내라니 갑갑하다”며 “한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유튜브에서 저작권 문제가 없는 음악들을 찾아서 틀고 있다”고 말했다.

◆“가게 운영은 어려운데 규제만 늘어”

자영업자 "불황인데 규제만… 장사 접으란 말인가"
이날부터 저작권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자영업자들이 무슨 봉이냐”, “장사 접으란 얘기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회용기 금지(8월1일 시행) 등에 이어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 쏟아지면서 현 정부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규모에 따라 카페나 주점은 월 4000~2만원, 헬스장은 월 1만1400~5만9600원의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광진구 자양4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유모씨는 “매장 내에서 일회용기를 쓰면 벌금을 내고, 음악을 틀면 돈을 내야 하는 등 이달에만 새로운 규제가 2개나 생겼다”며 “생색은 정부가 내는데 정작 부담은 자영업자에게 모두 떠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지역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손모씨(30)도 “음원사이트에서 이용권을 사서 틀고 있는데 여기다가 또 저작권료까지 내라니 이중과세 아니냐”고 항변했다.

저작권료 지불을 피하기 위해 유튜브 등을 이용하는 ‘고육지책’을 쓰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저작권이 걸려 있지 않은 음원을 틀면 저작권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실제 저작권이 없거나 이미 만료된 음악만을 모아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NoCopyrightSounds’의 구독자 수는 1788만 명에 달한다. 물론 저작권이 인정되는 음원에 대해서는 똑같이 저작권료를 부담해야 한다.

개정안의 기준이 불공평하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은평구 갈현동에서 헬스장을 소유하고 있는 이모씨는 “카페보다 헬스장이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게 납득이 안된다”며 “패스트푸드점이나 화장품 가게들은 저작권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도 형평성에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 대납도 검토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본사 차원에서 저작권료 계약을 맺어 비용을 대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들은 개정안 시행 전부터 가맹 본사가 음원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어 저작권료를 지불하기도 했다”며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비슷한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관할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저작권료 징수 기관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법 시행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음저협 관계자는 “추후 예정된 설명회 등을 통해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의 필요성을 최대한 설득시키고 현행 기준도 의견 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방식으로 수정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임락근/장현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