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준 스마트미디어 대표 "중국인 아이돌로 '新한류' 일으켜야죠"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한·중 합작 아이돌 육성 사업은 접었습니다. 이젠 중국 힙합그룹을 키워 중국 시장을 공략해야죠.”

중국에서 촉망받는 5인조 힙합그룹 N1FT의 공식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최근 방한한 배영준 스마트미디어 대표(46·사진)의 말이다. CJ ENM 한·중 합작콘텐츠사업팀장을 지낸 배 대표는 2014년 중국 선전에 콘텐츠 제작 및 스타 매니지먼트사업을 하는 스마트미디어를 설립하고 현지에서 활동해왔다. N1FT는 지난해 6월 선전에서 결성돼 그동안 10여 곡의 싱글을 발표하면서 5만여 명의 팬덤을 확보한 ‘라이징 스타’다. 배 대표는 올초 N1FT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전국구 스타로 키우는 작업의 일환으로 한국 데뷔를 결정했다.

“한국에서 클래프컴퍼니와 앨범 ‘제두이야즈(節對亞制)’와 관련한 동영상을 제작해 다음달 중국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중국 힙합그룹이 한국에서 앨범을 제작하고 공연하는 이유는 아시아 힙합 시장에서 가장 앞선 한국에서 배우고 인정받아 중국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시도죠.”

그는 앨범 제작 과정과 공연 현장을 3~4분짜리 영상 30~40편에 담아 웨이보 등 중국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뿌릴 계획이다. N1FT가 다음달 중국에서 활동을 본격화하면 출연료와 광고협찬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앨범 음악과 영상 콘텐츠에 대한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배 대표는 공연 및 협찬 등의 수익을 가수와 공유하게 된다.

“방한 기간 10여 개 패션, 화장품, 관광기업 등으로부터 중국 내 독점 유통사업 및 마케팅을 제안받았습니다. 일단 프로스펙스와 한국관광공사 등 2개 업체와 계약했습니다. 한한령(限韓令)으로 막힌 중국 시장을 N1FT 레이블을 통해 뚫어보려는 거죠.”

그는 지난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던 한국 콘텐츠 사업가의 99%가 사업을 접었다고 했다. 배 대표도 당시 키우던 한·중 합작 아이돌그룹을 해산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철수하지 않고 현지인들을 출연시킨 웹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다가 중국 힙합그룹과 협업하게 됐다. ‘중국음악산업전망연구보고’에 따르면 중국 음악시장은 2017년 3500만위안(약 60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 대표는 “중국 힙합 아이돌 스타를 키우면서 한국 상품을 마케팅하고 유통하는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며 “한·중 관계가 개선돼 한한령이 풀리면 신(新)한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