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대 1…부모들 간절한 기도 수능 방불·고사장 혼동한 지각 수험생도
경쟁률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바늘구멍'… 7급공무원 시험현장
사건팀 = 18일 2018년도 국가공무원 7급 공채 필기시험이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 가운데 서울 지역 고사장을 찾은 수험생들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

대부분 응시생은 손바닥만 한 노트, 학원 강의 교재를 손에 쥔 채로 고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처럼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응시생들도 보였지만 초조한 기색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입실 후에도 응시생들은 노트와 수험서의 책장을 넘기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일찌감치 고사장에 도착해 운동장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풀거나 교실 밖 복도에서 인스턴트 죽을 먹으며 끼니를 때우는 수험생도 있었다.

또 고사장 인근에는 공무원시험 학원 관계자들이 나와 수험생들에게 수첩과 음료 등을 나눠주며 학원을 홍보하고 응시생들을 응원했다.

총 770명을 선발하는 이번 시험에는 3만6천662명이 지원해 47.6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4만8천361명이 지원했던 지난해보다는 1만1천699명의 응시생이 줄었다.

7급 공채 경쟁률은 2015년 81.9 대 1, 2016년 76.7 대 1, 2017년 66.2 대 1, 올해 47.6대 1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7급 공채 원서접수가 9급 국가직·지방직 공채 합격자 발표 후에 진행돼 9급 시험 합격자가 7급 시험에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하지만 수험생들이 느끼는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여전히 '바늘구멍'이다.

서울 양천구 신서고에서 만난 이 모(32) 씨는 "올해 9급 세무직에 합격했지만 '올해까지만'이라는 마음으로 3번째 7급 감사직 시험을 치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부에서는 공무원 수를 늘리고 공무원시험 경쟁률도 낮아졌다고 하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다만 지난해부터 영어시험이 영어검정시험으로 대체되면서 미리 점수만 받아놓으면 다른 과목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행정직 인사조직 응시자가 시험을 치른 서울 중구 한양공고에서는 긴장감이 더했다.

4명을 모집하는 행정직 인사조직에는 1천457명이 몰려 364.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직장을 다니며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게 됐다는 김 모(32) 씨는 "아무래도 일자리의 안정성 때문에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게 됐다"며 "정부에서는 공무원 숫자를 늘린다 해도 결국 내가 합격하지 못하면 남 좋은 일 아니겠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고사장을 혼동해 순찰차를 타고 황급히 시험장으로 이동하는 응시생들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5분께 서울 구로구 구로중에서는 한 응시생이 고사장을 잘못 찾아온 것을 뒤늦게 알고 경찰의 도움으로 순찰차를 타고 황급히 구로고로 이동했다.

자녀들이 시험을 잘 치르기를 바라며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딸을 시험장까지 데려다줬다는 이 모(61) 씨는 "딸이 NGO(비정부기구)에서 일하다 1년 전부터 공무원시험 준비를 했다"며 "준비 기간이 짧긴 하지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