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는 미성년자 ‘몸캠 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부와 민간단체가 수사 및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민간단체 인터넷감시재단(IWF)은 정부 지원을 받아 미성년자 몸캠 피싱 영상 및 아동 포르노 등 불법 음란물을 감시, 관리한다. 미국 인호프도 정부와 협업해 몸캠 피싱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대표적인 민간단체로 손꼽힌다.
해외에서는 국내와 달리 어린 여아를 대상으로 한 몸캠 피싱 범죄가 활발하다는 점도 이 같은 협조 체제 구축에 한몫했다. 미국아동학대실종방지센터가 2016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미성년자 몸캠 피싱 피해자 가운데 여아가 75%에 달했다.
온라인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국가 간 공조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아예 해외 조직이 우리 국민을 상대로 범죄 행각을 벌이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폴에 따르면 몸캠 피싱 주요 피해국은 미국 영국 호주 한국 인도네시아 등이며, 범죄 조직의 주된 근거지로는 필리핀 중국 등이 꼽혔다. 필리핀계는 미국과 호주, 중국계는 한국을 주무대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IWF는 영국 경시청은 물론 유럽 각국 경찰과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수사 및 피해자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호프도 미국을 시작으로 브라질 중국 호주 등 국가와 협력해 긴급 핫라인을 설치하고 피해가 발생하는 즉시 서버에서 영상·사진을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과 경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정부 기관에만 의존해온 한국도 앞으로 이 같은 국제 민관 협력 체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현걸 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은 “국내 몸캠 피싱 피해사례를 보면 수사기관에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동안 이미 유출 영상이 해외까지 퍼져나가기도 한다”며 “해외에서는 수사는 수사대로 하되 영상 삭제 등 사후 조치는 국제적인 민간 네트워크에 맡기는 방식으로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0대 남학생 A군은 지난 16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익명의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랜덤채팅’방에 들어갔다. 자신을 여성이라고 밝힌 상대방은 “야한 얘기를 더 하자”며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줬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영상통화로 이어졌다. 실제 여성이 화면에 등장했지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나게 해주는 ‘음성지원 앱’이라며 파일 하나를 보내왔다. 설치가 끝나자 음란 행위를 해보라고 시켰다. 영상통화를 마친 뒤 갑자기 동영상 파일이 날아왔다. 방금 전 자신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상대방은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설치된 해킹 프로그램으로 입수한) 가족과 지인 번호로 영상을 보내겠다”고 협박했다.작년 ‘몸캠 피싱’ 범죄 1234건…2년 새 12배↑스마트폰을 해킹해 음란 영상을 녹화한 뒤 돈을 요구하는 ‘몸캠 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몸캠 피싱 범죄는 2015년 102건에서 작년 1234건으로 12배 수직 상승했다.피해자들이 수치심에 경찰 신고를 꺼리기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는 경찰 통계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한 20대 남성이 온라인에서 여성인 척하며 다른 남성들에게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도록 유도해 돈을 뜯어내다 검거된 사건의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는 250여 명이 넘었지만 실제 신고한 피해자는 두 명에 그쳤다.몸캠 피싱 피해자를 돕고 있는 민간단체 한국사이버보안협회가 자체 집계한 지난해 몸캠 피싱 발생 건수는 1만여 건으로 경찰청 통계의 8배에 달했다. 올해 관련 피해 상담건수도 월평균 1000여 건으로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했다.10대 청소년은 스마트폰 이용이 활발한 데다 성적 호기심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유형의 범죄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사이버보안협회는 전체 피해자 가운데 미성년자 비중이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협회 관계자는 “미성년 피해자의 대다수가 10대 남성이지만 더러 초등학생과 여학생 피해자도 있다”고 전했다. 2016년 12월 카카오톡으로 여덟 살과 아홉 살 아동에게 각각 접근해 나체 사진을 찍은 뒤 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한 가해자가 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8세 아동까지 타깃…돈 없으면 ‘몸캠 노예’로인터넷에도 “몸캠 피싱에 당했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청소년이 넘쳐난다. 네이버 ‘몸캠 피싱 피해자 모임’ 카페에는 하루에만 4~5건의 피해 사례가 올라온다. 댓글에는 “돈을 보내도 영상을 유포하고, 보내지 않아도 유포하더라”며 ‘자포자기식 반응’도 적지 않다.몸캠 피싱 가해자들은 주로 여성인 척 가장하거나 실제 여성을 대동해 피해자에게 “영상통화를 하자”며 1 대 1 채팅방으로 유인한다. 이어 스마트폰 해킹 툴을 소리지원 앱 등으로 위장해 피해자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꼬드긴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 지인들의 연락처가 해킹 툴을 타고 자동으로 넘어간다.피해자에게 자위행위나 성기를 보여달라고 요구해 영상·사진 등을 확보하면 곧바로 협박이 시작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 밖에 음란방송 사이트를 알려주겠다며 악성코드가 깔린 웹사이트로 유도하거나 무작위로 영상통화를 걸어 수신자 얼굴을 캡처해 포르노 사진에 합성하는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경제력이 약한 청소년 피해자는 범죄자의 강요에 못 이겨 ‘몸캠 노예’로 동원되기도 한다. 매일 6시간 이상 인터넷 게시판 등에 몸캠 피싱 채팅방을 홍보하거나 채팅방에서 여성인 척 위장해 또 다른 피해자를 물어오도록 하는 식이다.이 같은 몸캠 노예로 전락하는 피해자가 전체 청소년 피해자의 75%에 달한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 일부 가해자는 몸캠 피싱에 걸려든 청소년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행 등 성범죄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8월 몸캠 피싱을 당한 15세 여학생이 가해자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다가 자살하기도 했다.신고 꺼려…“학교 차원의 예방교육 절실”서양에 비해 성에 보수적이고 사회적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가 오히려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걸 한국사이버보안협회 이사장은 “미국 호주 등 사례를 보면 가해자가 영상과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할 때 피해자가 오히려 ‘마음대로 하라’며 개의치 않는 경우도 많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가족과 지인에게 영상이 전송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몸캠 피싱 범죄 조직의 집중 타깃이 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미성년자 몸캠 피싱 범죄를 예방하려면 학교 차원에서 철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 관계자는 “10대 청소년은 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만큼 학교 차원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과 함께 범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제 사례를 활용한 예방 교육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김 이사장도 “청소년이 피해를 입었을 때 스스로 해결하려다 극한 상황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를 입은 즉시 적절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서버용 컴퓨터와 스토리지(저장장치)가 빼곡히 들어선 데이터센터. 이 시설은 4차 산업혁명의 상징으로 통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활용도가 커지면서 데이터 보관과 처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새로 지어지는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많은지를 따져 4차 산업혁명의 확산 속도를 가늠하는 전문가들이 있을 정도다. 유튜브처럼 대용량 동영상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많아진 것 역시 데이터센터가 끊임없이 들어서는 배경으로 꼽힌다.◆데이터센터에도 ‘냉방비 폭탄’이 시설의 문제는 전기를 많이 먹는다는 데 있다. 수천 대의 컴퓨터가 24시간, 365일 꺼지지 않고 돌아가니 당연한 일이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기 에너지는 같은 면적 상업용 빌딩의 100배에 달한다. 일부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소도시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2020년 세계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을 연간 1조9730억㎾h로 추산했다. 이는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이 한 해 동안 쓰는 전기의 절반에 해당한다.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인 것은 센터 내 과열된 전자장비의 온도를 낮춰야 해서다. 데이터센터의 적정 온도는 서늘함이 느껴지는 19~21도 선. 이런 온도를 유지하려면 데이터센터에서 소모하는 전체 에너지의 60~70%를 ‘냉방’에 투입해야 한다. 여름철 ‘에어컨 요금폭탄’으로 고민하는 한국의 가정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더 추운 곳을 찾아라이 때문에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가급적 추운 곳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차가운 실외기를 활용해 냉방 비용을 줄이려는 게 목적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지역에 주요 IT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북극에 인접한 스웨덴 롤레오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페이스북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좀 더 도전적인 선택을 한 곳도 있다. 바다를 고른 마이크로소프트(MS)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데이터센터를 잠수함 모양으로 만들어 바다에 집어넣는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온도가 낮은 심해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 냉방비 걱정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판단했다.최근 시작한 2차 테스트는 스코틀랜드 인근 북해에서 이뤄지고 있다. 12m 길이인 잠수함 모양의 미니 데이터센터를 수면 아래 35m 깊이에 넣는다. 데이터센터의 규모가 작다고 해도 864대의 서버, 27.6PB(페타바이트·1PB=100만GB)의 스토리지가 들어간다.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존 로치 연구원은 “데이터센터가 많이 필요한 대도시 대부분이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다”며 “현재 기술만으로도 주문 후 90일 이내에 고객사가 있는 도시 인근에 잠수함 형태의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구글도 바닷물을 냉각수로 활용하는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핀란드 남동부 항구도시인 하미나에서 폐업한 제지공장을 매입해 데이터센터로 개조해 쓰고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노르웨이 레프달 미네 데이터센터 역시 해수로 서버용 컴퓨터 등 주요 전자기기의 온도를 낮춘 사례다.◆발전소와 데이터센터의 결합발전소를 겸한 데이터센터도 있다. 전기가 필요하다면 만들어 쓰면 된다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화석연료를 활용한 발전은 환경 파괴 논란을 비켜가기 어려운 만큼 대부분 업체가 친환경 발전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서버 업체인 페어네트웍스는 미국의 뜨거운 라스베이거스 사막 한복판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했다. 데이터센터 외곽이 발전용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 있는 게 특징이다. 온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태양광 패널을 통해 얻은 풍부한 전기로 냉방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논리다.아일랜드 클로니에 있는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는 바람의 힘을 이용한다. 이 지역의 풍부한 바람을 활용, 100% 풍력발전으로만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조달한다. 네이버가 2013년 강원 춘천에 구축한 데이터센터에도 태양광과 태양열 발전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렇게 생산한 전기를 외부 경관 조명 등에 활용하고 있다.반도체 업체들도 데이터센터의 냉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인텔은 최근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의 효율을 높여줄 센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센서는 냉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센터 내에서 온도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더운 곳에서도 무리 없이 작동할 수 있는 서버용 칩을 개발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인텔 측은 설명한다. 데이터센터 내 온도가 1~2도 올라가도 견디는 칩이라면 그만큼 냉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제시됐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마그네사이트(magnesite·사진)의 형성 기간을 단축해 진공청소기처럼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게 하는 것이다.이안 파워 캐나다 트랜트대 교수는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골드슈미트 학술회의’에서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마그네사이트는 t당 약 0.5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물질로 ‘지구 온난화 해결의 열쇠’로 불린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마그네사이트를 활용한 지구 온난화 해결 방안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문제는 마그네사이트의 형성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데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걸린다.파워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폴리스티렌 마이크로스피어를 촉매제로 하는 새로운 마그네사이트 형성 방식을 제안했다. 이 촉매제를 이용하면 대기 내 이산화탄소가 72일 만에 마그네사이트에 흡수된다. 실온에서도 촉매 작용이 일어나는 만큼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파워 교수는 “마이크로스피어는 한 번 사용해도 속성이 변하지 않는 물질”이라며 “얼마든지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다만 이 같은 방식만으로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리다.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400억t에 달한다. 이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800억t의 마그네사이트가 필요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그만큼의 마그네사이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파워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험 과정일 뿐”이라고 강조하며 “여러 시도를 통해 보다 효율이 좋은 마그네사이트를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