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벌하지 않으면 정보기관 불법행위 방지 어려울 것"
'정치인 전방위 사찰' MB국정원 간부 법정구속… 1심 징역 1년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근무하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의 개인 컴퓨터 등을 해킹해 불법 사찰을 한 전직 간부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순형 부장판사)는 17일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국정원 방첩국장에게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 재판을 받았던 김씨는 이날 선고로 법정 구속됐다.

김씨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임 시절인 2011년을 전후해 대북 관련 공작을 수행하는 방첩국 산하에 '포청천'이라는 이름으로 공작팀을 꾸리고 야권 및 진보인사 등을 상대로 한 불법 사찰을 펼치도록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포청천 팀이 사찰 대상자들을 미행했을 뿐 아니라 악성 코드로 PC를 해킹해 이메일 자료 등을 빼내는 방식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국정원의 PC 해킹을 당한 대상에는 배우 문성근씨를 비롯해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 스님 등이 포함됐고, 이방호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 황영철 자유한국당 의원 등 당시 여권 인사까지도 사찰대상이 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핵심 정보기관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큰 국정원 직원은 헌법에 정해진 (의무를) 준수할 책임이 있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직권을 남용해 불법 민간인 사찰을 했고 그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까지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명하복의 국정원 특성상 원장이나 3차장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하지만, 공무원이 상급자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없다는 원칙에 비춰 불가피한 사정이라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조직 내의 인사 평가 불이익을 피하거나 개인의 영달을 위해 위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를 엄벌하지 않으면 정보기관의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