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광복절 기념행사·집회서 시범운용…"비교적 무난"
"실효성·성패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말로 합시다" 집회시위 충돌 막는 '대화경찰관' 첫 임무 완수
"아니 왜 이런 사람이 여길 지나가?" "조용히 지나가기만 하겠습니다."

15일 오후 2시,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관련 사망자 김주중 조합원의 분향소가 있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 광복절을 맞아 집회를 하던 친박단체 태극기행동국민운동본부(국본) 회원들은 시민단체 활동가 김창호 씨가 대열을 뚫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한문 앞은 지난달 3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분향소를 설치한 이후 국본과 대치해 온 곳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해온 활동가 김씨가 이날 국본의 집회 대열을 비집고 지나가자 평소 김씨의 얼굴을 알고 있던 국본 회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자칫 충돌로 번질 수 있는 순간, 현장에 있던 '대화경찰관' 김윤태 경사가 중재에 나섰다.

김 경사는 "물리적 충돌이 없게 하자. 조용히 지나가기만 하겠다"며 국본 회원들을 설득했고, 덕분에 김씨는 경찰관들과 함께 자리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말로 합시다" 집회시위 충돌 막는 '대화경찰관' 첫 임무 완수
대화경찰관은 집회·시위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이 이날 처음 시범 도입한 제도다.

김 경사를 비롯한 대화경찰관 36명은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주최 측 또는 참가자들과 소통했다.

이들은 일반 경찰관들과의 구분을 위해 왼쪽 가슴에 '대화경찰'이라는 표식을 달고 현장에 투입됐다.

이날 대화경찰관들은 3명씩 한 팀을 이뤄 현장에 투입됐다.

국본을 비롯한 보수 단체들이 대한문 앞에서 진행한 대형 집회에 가장 많은 9명(3개팀)이 투입돼 자리를 지켰다.

비상국민회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 반발해 집회를 한 광화문 교보빌딩 앞과 대한애국당의 제76차 태극기 집회가 열린 서울역에도 각각 대화경찰관 6명(2개팀)이 배치됐다.

이들은 집회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지지 않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길을 착각해 신고한 방향과 다른 쪽으로 이동하려던 참가자들에게 길을 안내하기도 했다.

대화경찰관으로 투입된 오 모 경사는 "일주일 동안 대화 기술을 교육받고 나왔다"며 "보통 경찰은 말을 삼가도록 교육받는데, 기존에 소극적으로 집회를 관리하던 것과 달리 대화경찰관은 (집회 참가자들의) 편의를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화경찰관들은 이날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린 다양한 집회·행사에 처음 투입돼 비교적 무난히 업무를 끝냈지만 제도의 성공 여부와 실효성을 판단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