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8번 지칭…"일제 착취 핵심서 한미동맹 역사로, 경의선 출발지"공동번영 모델로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언급…'환희의 송가' 연주도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아 내놓은 경축사에서는 '여성'이 중요한 키워드로 거론됐다.문 대통령은 20여분간 이뤄진 경축사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만 7차례 언급하는 등 연설의 상당 부분을 여성 독립운동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데 할애했다.여기에는 최근 혜화역과 광화문 등에서 열린 성차별 반대 집회에 수만 명의 여성이 참여하는 등 성(性)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문 대통령은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 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며 "(그럼에도) 여성의 독립운동은 깊숙이 묻혀왔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문 대통령은 취임 후 각종 발언 때마다 '남성과 여성' 대신 '여성과 남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문 대통령은 대표적인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도 하나씩 호명했다.문 대통령은 "1932년 제주 구좌읍에서는 일제의 착취에 맞서 고차동, 김계석, 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다섯 분의 해녀로 시작된 해녀 항일운동이 제주 각지 800명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이어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였던 강주룡은 1931년 일제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해 높이 12미터의 을밀대 지붕에 올라 농성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다"며 "당시 조선의 남성 노동자 임금은 일본 노동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조선 여성노동자는 그의 절반도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문 대통령은 경축식 행사장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위치한 용산을 "서울의 심장부"라고 규정하면서 8차례 언급하기도 했다.문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용산은 일본의 군사기지였으며 조선을 착취하고 지배했던 핵심이었다"며 "광복과 함께 용산에서 한미동맹의 역사가 시작됐다.한국전쟁 이후 용산은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온 기반이었다"고 말했다.이어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다"고 말했다.일제의 착취라는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현재의 굳건한 한미동맹을 발판 삼아 미래의 공동번영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용산'이라는 장소를 활용해 집약적으로 전달한 셈이다.문 대통령이 남북·동북아 공동번영의 비전을 설명하며 유럽 모델을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문 대통령은 "1951년 전쟁방지, 평화구축, 경제재건이라는 목표 아래 유럽 6개국이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창설했다.이 공동체가 이후 유럽연합의 모체가 됐다"며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행사장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중 4악장 '환희의 송가'가 연주되기도 했다.청와대는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 곡은 독일에서 베를린장벽을 허물 당시 통일을 기념해 연주된 바 있다"며 "광복절을 맞아 통일 대한민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이 곡을 고른 것"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
광복 73주년 수요집회…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사죄' 촉구"나는 꼭 200년을 살아서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의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두 번 다시 이런 일(일본군 성노예 피해)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광복 73주년을 맞는 15일 낮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인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으로 시작했다.낮 최고기온이 36도를 훌쩍 넘는 폭염 속에서도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당당했다.그는 "나와 함께 한 200살까지 살아서, 저 하늘에 계신 할머니들한테 '할머니들 한을 해결하고 왔다'고 해 주시겠습니까"라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줄 것을 촉구했다.이날 집회는 제1천348차 정기 수요시위를 겸한 자리였다.이용수 할머니와 김복동·김경애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과 약 700명의 활동가·시민들이 함께했다.땡볕 아래 모인 집회 참석자들은 "일본 정부는 일본군 성 노예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법적 배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이날 집회에는 이슬람국가(IS)에 성폭력 피해를 본 이라크 인권 운동가 살와 할라프 라쇼씨도 참석했다.연대발언에 나선 그는 "한국 할머니들의 투쟁이 우리 모두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며 "우리는 침묵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나가서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그는 "한국의 할머니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세상의 모두가 함께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후지모토 야스나리 일본포럼 환경인권평화 공동대표는 "일본의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식민지배와 침략 전쟁을 부정해 왔다.이런 인물을 총리로 뽑은 일본 국민으로서 정말로 부끄럽다"고 말했다.또 "박근혜 정권을 촛불 항쟁으로 종결시킨 한국인들에게 배워 아베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야스나리 대표는 "인간의 존엄을 인정하고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일본인, 진심으로 마음속까지 사과할 수 있는 일본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우렁찬 박수를 받았다.집회 참가자들은 성명문에서 "일본 정부는 근거 없는 2015년 한일합의를 빌미로 한 범죄부정, 역사 왜곡, 평화비 건립 방해 행위를 중단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사죄와 배상을 포함한 법적 책임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이어 한국 정부에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 원칙에 근거해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고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요구했다./연합뉴스
본 언론은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 위안부 문제 등이 언급되지 않은 점을 주목하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에 역점을 뒀다"고 긍정 평가했다.교도통신은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일 역사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도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번영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통신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광복절 연설에서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자주 언급했다"며 "문 대통령도 취임 후 처음 맞은 지난해 광복절 연설에서는 위안부 문제와 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일본의 대응을 요구했었다"고 설명했다.지지통신도 "문 대통령은 위안부와 징용 노동자를 둘러싼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에 역점을 두고, 북일관계 개선을 뒷받침하겠다는 자세를 강조했다"고 평가했다.아사히신문도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광복절 연설에서 역사 인식을 둘러싼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 비판적으로 언급해 왔지만, 이번 문 대통령의 연설에서 그런 표현은 없었다"고 전했다.마이니치신문도 "취임 후 두 번째인 이번 광복절 연설은 위안부나 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대응을 촉구했던 작년과 달리 평화와 남북번영에 역점을 뒀다"고 소개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