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화물차 기사만 처벌…사하구 "처벌 범위 늘려야"

냉동·냉장창고 업자가 냉동 설비를 갖추지 않은 무허가 화물 운송업자에게 냉동식품을 인계해 변질·부패위험을 주더라도 이들에 대해 제재할 법규범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14일 부산 사하구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오전 11시께 "일반 화물차로 냉동 옥수수를 운반한다"는 익명의 신고가 구청에 접수됐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냉동식품의 변질과 부패를 막기 위해 온도가 영하 18도 이하로 유지되는 냉동탑차를 이용해 물건을 운반해야 한다.
"냉동식품 운반 위반 방조한 창고업자도 처벌해야"
구청 직원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이미 화물차가 사라진 뒤였다.

하지만 구는 5천700t가량의 냉동 옥수수가 일반 화물차로 옮겨진 정황을 담은 화물 출고증과 사진 등을 확보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한 화물 운송업자는 "부산에서 17t 냉동 탑차를 운행할 경우 회당 30만원 정도 비용이 드는데 일반 화물차로 운행하면 반값에도 가능하다"면서 "법 위반인지 알지만, 운송비를 줄이려는 욕심 때문에 관행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사하구의 한 공무원은 "냉동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차량은 식품운반업 허가가 없는 무허가 차량"이라면서 "현장에서 확인하면 바로 단속하고, 차주의 확인이 필요하면 경찰에 수사를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냉동식품 운반 위반 방조한 창고업자도 처벌해야"
문제는 처벌이 이뤄지더라고 화주와 화물차 기사에만 한정된다.

뻔히 냉동탑차가 아닌 줄 알면서도 냉동식품을 내준 냉동·냉장업자에게는 식품위생법상 처벌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아 제재가 어렵다.

장세길 사하구청 식품위생계장은 "불법을 방조했는데도 처벌이 힘드니 관행을 뿌리 뽑기 어렵다"면서 "식품위생법 시행령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감천항을 끼고 있는 사하구에는 냉동창고 35곳이 밀집해 있는데 지난 5년간 총 26건의 민원이 잇따랐다.

구는 이 가운데 11건을 수사 의뢰했다.

지난 2016년에는 부산 사하경찰서가 냉동창고를 상대로 불시 단속을 벌여 일반 화물차로 냉동식품을 운송한 화물차 기사 4명과 화주 8명을 입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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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