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하루 앞둔 '기림의 날' 서울 곳곳서 관련 행사
서울역광장서 불 꺼지는 의자 퍼포먼스…옛 일본대사관 앞 촛불문화제
하나씩 스러지는 불빛처럼…"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관심을"
국가기념일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자 제73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에서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알리려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이날 저녁 7시께 서울역 광장에서는 전등불로 환하게 밝힌 의자 240개가 놓였다.

연세대 디지털아트학과의 전공 수업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FOMP'(Filaments of Memory Project)의 미디어아트 퍼포먼스로, 의자 240개는 현재 여성가족부에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할머니들의 수와 같다.

의자를 수놓은 불빛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꺼졌다.

해마다 돌아가신 피해자의 수만큼 불빛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다.

맨 앞줄에 놓여 현재 생존해 있는 28명을 상징하는 28개의 전등도 행사 종료 시각인 밤 11시께는 모두 다 꺼진다.

240개 의자 앞에는 마주 본 채로 의자 하나가 더 놓였다.

의자에 앉아 꺼져 가는 전등을 바라보며 시민들이 행사의 의미를 새기도록 한 자리다.
하나씩 스러지는 불빛처럼…"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관심을"
FOMP 대표 손가영(24·연세대 4학년)씨는 "불이 모두 꺼졌을 때 '이제 모두 돌아가시고 말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모두가 해 주기를 바란다"며 "위안부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될 것으로 많이들 생각하는데 시간이 별로 없다.

관심을 가지고 행동해야 바뀐다"고 전했다.

우연히 퍼포먼스를 관람했다는 홍민지(25)씨는 "직접 불이 꺼지는 것을 보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며 "불이 다 꺼지기 전에 문제가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촛불 문화제 '함께 평화'에는 1천5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위안부의 아픔을 잊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정의기억연대와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네트워크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크게 2부로 진행됐다.

1부에서는 위안부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소설을 낸 소설가 김숨 씨가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몰랐다"며 "할머니들의 말씀을 가까이서 듣고 소설을 쓴 것은 축복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극단 경험과 상상 단원들이 펼친 뮤지컬 '갈 수 없는 고향'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이야기로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2부에서는 콩고, 우간다, 코소보 등 세계 분쟁지역에서 살아남은 성폭력 예방 활동가들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코소보 내전 당시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그라스니치 바스피예(36)씨는 "나 역시 생존자로서 한국 할머니들의 용기를 배우고 고국에 돌아가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씩 스러지는 불빛처럼…"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관심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