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자신과 동거인 김모씨를 상대로 악성 댓글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된 네티즌 재판에 직접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출석은 심각한 악성 댓글을 폐해를 피해자로서 직접 법정에서 진술하고 싶다는 최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은 14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주부 김모씨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의 변호인으로 나선 강용석 변호사가 재판부에 최 회장의 증인 채택을 신청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4월 본인과 동거인 김씨를 상대로 악성 댓글을 단 포털 아이디 50여개를 골라 경찰에 고소했다. 한 사람이 연간 3000개가 넘는 댓글을 단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피고인은 지난해 9월에도 ‘최 회장의 동거인은 중졸 출신’이라는 내용의 허위 댓글을 작성한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피고인 김씨를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했으나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상습성 등을 감안해 정식 재판을 결정했다.

강 변호사는 재판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피고인은 언론 보도를 보고 댓글을 쓴 거라 허위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고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신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허위로 자꾸 댓글을 과장해서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일”이라며 “바로잡고 법정에서 호소하기 위해 나왔다”고 법정에 직접 나온 이유를 밝혔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