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순간 방청석 '술렁'…엇갈린 표정
안희정 무죄 선고에 "이거 너무한다" vs "지사님 힘내세요"
"다음과 같이 선고합니다.

피고인은 무죄. 무죄 판결이 선고됐습니다.

"
재판장이 선고 주문을 낭독하는 순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303호 형사대법정 방청석에는 일순간 정적이 감돌았다가 이내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숨의 의미는 다양했다.

곧 한 여성의 "이거 너무한다 진짜"라는 외침이 정적을 갈랐다.

법정 경위들이 "조용히 나가주세요, 퇴정해주십시오"라고 방청객들을 안내하는 사이 다른 쪽에선 "지사님 힘내세요"라는 응원 메시지도 울려 퍼졌다.

경위들이 법정 내를 안정시키려고 애쓰는 사이 "어이가 없다", "지사님 힘내요" 등 여러 종류의 외침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이날 안 전 지사는 여느 때처럼 남색 정장에 흰색 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나타났다.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 곁에 있던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누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는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안 전 지사는 결심공판 때까지 남들이 보는 곳에서 변호인들과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고소인인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도 법정에 나왔다.

검은색 재킷에 검은색 안경을 쓰고 짧은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모습으로 재판부를 향해 앉아 선고를 들었다.
안희정 무죄 선고에 "이거 너무한다" vs "지사님 힘내세요"
선고의 순간 안 전 지사는 안경을 벗었다.

주문을 듣기 위해 일어섰다가 자리에 앉은 다음 변호인들과 악수를 했다.

김씨는 별도의 통로로 금세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재판은 오전 10시 30분 시작했지만, 방청을 희망하는 시민들은 이른 시각부터 법원으로 몰려들었다.

재판이 시작된 뒤에는 김기정 서울서부지방법원장도 법정 뒤편에 서서 재판을 끝까지 지켜봤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 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와 관련,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개별 공소사실을 두고는 전반적인 사정을 고려할 때 김씨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상황에서 피해자 심리상태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적어도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은 없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가 김씨를 5차례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적자유가 침해되기에 이르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