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여름철에 우리나라 연안 수온이 치솟아 아열대 바다처럼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온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앞당겨지고 28도를 넘는 고수온 현상이 지속하는 기간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아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이 출현하는 빈도가 잦아지고, 일부는 우리나라 연안에 정착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뜨거워지는 바다…아열대 어종 밥상에 올릴 준비해야
예전부터 우리 밥상에 오르던 생선을 대체할지도 모르는 아열대 물고기들을 새로운 수산자원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13일 국립수산과학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의 수온상승 속도는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다.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50년간 우리나라 해역의 표층 수온은 약 1.23도 올랐다.

같은 기간 전 세계 바다의 상승 폭(0.48도)의 약 2.6배에 이른다.

해역별로는 동해가 1.48도, 서해가 1.18도, 남해가 1.04도 각각 상승했다.

게다가 2013년 이후 여름철마다 폭염에 따른 연안의 고수온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연안의 7월 평균 수온은 고수온 피해가 심했던 2016년보다도 2~3도나 높다.
뜨거워지는 바다…아열대 어종 밥상에 올릴 준비해야
여름철 일평균 수온이 최고점에 도달한 시기도 2016년 이전 8월 중·하순에서 지난해부터는 8월 초순으로 앞당겨졌다.

현재 우리나라 연안의 수온은 서해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해역에서 28도를 넘어서 사실상 아열대 바다가 됐다.

수산과학원 등은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매년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측했다.

제주를 비롯한 남해안 일부 연안에서는 이미 아열대화가 상당히 진행됐다.

수산과학원이 최근 4년 동안 제주 연안에 출현한 아열대성 물고기를 조사한 결과 어획된 전체 어종의 40%를 넘었다.

아열대성 어종의 비율이 2014년 43%, 2015년 43%, 2016년 41%, 2017년 42%였다.
뜨거워지는 바다…아열대 어종 밥상에 올릴 준비해야
대표적인 아열대성 어류는 청줄돔, 가시복, 거북복, 호박돔, 아홉동가리, 쥐돔, 철갑둥어 등으로 필리핀, 대만 연안에서 주로 서식한다.

부산과 경남 등 남해 연안은 물론 동해의 독도 주변 바다에서도 아열대에 사는 산호초와 물고기들이 자리를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산과학원이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 집필 200주년을 기념해 서해의 흑산도 주변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조사해보니 자산어보에 기록되지 않은 26종이나 됐다.

이 가운데 당멸치, 일지말락쏠치, 샛돔, 독가시치, 바리밴댕이, 열동가리돔, 노랑촉수, 꼬치고기, 별넙치, 투라치, 동강연치 등 16종은 열대나 아열대에 서식하는 물고기였다.
뜨거워지는 바다…아열대 어종 밥상에 올릴 준비해야
우리 연안 수온상승이 계속되면 아열대성 어종이 살 수 있는 바다가 점점 북상하고, 해류를 타고 유입하는 종류도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 연안에 나타나는 아열대성 물고기의 종류, 분포지역, 자원량, 서식 환경, 연안 정착 여부 등에 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다양한 아열대성 어류가 잡히는 제주도에서는 포획량이 많지 않아 어시장에 위판되는 일은 없고 어민들이 자체 소비하거나 시장에서 소규모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서영상 자원환경과장은 "우리 연안의 수온상승이 계속되면 일본 오키나와 연안에 사는 무늬바리, 등혹점놀래기, 첼리놀래기 같은 고급 어종들이 제주도 부근까지 북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우리 바다에 사는 물고기 상당수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열대성 어종들이 대신할 가능성에 대비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새로운 수산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한인성 박사는 "최근 우리나라는 여름철에는 30도를 넘는 고수온이 발생하고, 겨울철에는 한파로 수온이 급락하는 등 양극화가 뚜렷하다"며 "아열대 기후나 추운 날씨에도 잘 적응하는 새로운 품종의 개발, 양식장의 위치 이동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