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BMW 차량 화재사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고려하는 차주가 급증하면서 이들 사건을 대리하려는 로펌들의 수임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의뢰인 개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금은 많지 않지만 수백~수천 명을 모아 공동소송을 진행하면 착수금만으로도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어서다.

"BMW 공동소송단 모집" 경쟁 불 붙은 로펌
일각에서는 공동소송 경험이 부족한 변호사까지 ‘착수금 장사’를 노리고 원고 모집에 열을 올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인천 화재를 포함해 지금까지 36건의 BMW 자동차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일부 변호사 “로또 맞았다” 분위기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지난달 말부터 십여 개의 ‘BMW 공동소송 카페’가 생겨났다. 카페의 주요 목적은 BMW코리아로부터 손해배상을 받겠다는 원고를 모으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 회원수는 적게는 100여 명에서 많게는 8000명을 넘어섰다. 이들 카페에는 소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글이 하루 수십 개씩 올라온다. BMW 차주들은 화재 위험으로 자동차를 제대로 운행하지 못하는 데다 중고차 가격까지 하락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BMW 공동소송단 모집" 경쟁 불 붙은 로펌
소송에는 지난달 국토부가 리콜을 결정한 10만6317대의 차주는 물론 리콜 대상이 아닌 차주도 참여할 수 있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리콜 대상 차량만 10만 대가 넘기 때문에 소송 규모가 꽤 클 것”이라며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로또 맞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소송에 참여하는 법은 간단하다. 카페를 개설한 변호사에게 메일이나 팩스 등으로 이름과 생년월일, 차량등록증 등을 보내면 된다. 변호사는 위임을 받아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진행 현황을 카페에서 공유한다. BMW 화재사고의 원고를 모집 중인 성승환 변호사는 “벌써 2000명 이상이 위임 의사를 밝히는 등 피해자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서류 작업을 위해 사무직원을 한 명 더 채용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성 변호사는 “같이 일하기로 했던 변호사가 따로 소송대리를 해보겠다며 새로운 카페를 개설해 나갔다”고 덧붙였다.

◆소송 기간은 1심만 2년 예상

공동소송 일감이 커지면서 변호사들은 반색하고 있지만 BMW 차주들이 대리인을 선택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변호사들이 착수금으로 리콜 대상 차량은 75만원, 화재 차량은 220만원까지 요구하는 등 소송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한 변호사는 BMW 화재사고 관련 착수금으로만 15억원 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래 공동소송 착수금은 10만원 정도의 소액을 받고, 승소했을 때 성공보수를 높게 받는다”며 “이번 소송은 외제차 주인들이 원고라 그런지 유독 비싼 느낌”이라고 말했다. 승소했을 때 받는 성공보수는 별도로 내야 한다.

변호사들 가운데 공동소송을 맡은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2014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관련 공동소송에서 원고 측 대리를 맡았던 한 중견 변호사는 “공동소송은 대기업이 선임한 대형 로펌과 맞서 싸워야 하고 소송 기간도 1심만 2년 정도 걸린다”며 “변호사가 어지간한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3일 차량이 불 탄 BMW 차주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할 예정이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친 뒤 BMW 관계자들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신연수/박종관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