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반복되는 '계곡 사유화' 왜?
지난 4일 경기 양주 인근 계곡을 찾은 장모씨(29)는 깜짝 놀랐다. 한 찜질방이 물이 흐르는 계곡 한가운데에 시멘트벽을 만들어 놓고 입장료를 낸 사람만 들어가도록 해놨기 때문이다. 바로 옆 불가마에서 땀을 낸 사람들이 오리백숙을 시켜놓은 뒤 계곡물에 뛰어들었고 웅덩이는 기름과 땀으로 범벅이 됐다. 이를 본 장씨는 발길을 돌렸다.

휴가철 특수를 노려 계곡과 하천을 사유화하는 불법 영업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평상을 놓고 음식을 파는 것은 애교 수준이고 아예 계곡에다 불가마 찜질방까지 설치하기도 한다. 물론 불법이다. 하천법에 따르면 하천은 국가 소유로 공작물 설치나 물건 적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매해 휴가철에 하천을 무단 점거해 폭리를 취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경북 문경시가 지난달 ‘문경 8경’으로 알려진 쌍용계곡에서 긴급 단속해 30여 개에 달하는 불법 평상을 철거했다.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이라는 인식조차 약한 편이다. 양주 찜질방은 최근 MBC ‘나혼자 산다’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돼 유명해졌다. 일각에선 방송사가 불법 영업장을 홍보해주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인터넷에선 여전히 “계곡 백숙 먹었다” “계곡 찜질방 다녀왔다”는 식의 ‘인증 글’들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단속 권한을 쥔 지방자치단체들의 ‘직무유기’ 논란도 제기된다. 이들 상인이 대부분 지역 주민이다 보니 단속 자체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민원 제기로 단속이 이뤄지더라도 강제 철거 전 자율 시정을 위한 계도기간(3~4주)이 부여되며 불법영업에 대한 처벌도 200만~300만원 벌금에 그치고 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