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TF, 보육지원체계 개편 방안 발표

'맞춤반' 사실상 없애고
'종일반'을 기본 체계로

"수지가 안 맞는다"
어린이집 반발에 결국 포기
워킹맘 등 불이익 우려

힘들게 도입한 맞춤형보육
'빛도 못보고' 사라질 듯
‘무상보육’에 따른 부작용 보완을 위해 도입된 ‘맞춤형 보육’이 시행 2년 만에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맞춤형 보육(만 0~2세)은 무상보육에 따른 어린이집 수요 폭증으로 재정이 낭비되고 정작 보육 지원이 필요한 맞벌이 가정 자녀가 소외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외벌이 가정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하루 6시간으로 제한한 제도다. 그러나 ‘수지가 안 맞는다’는 어린이집 불만에 정부는 다시 무상보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맞춤보육' 2년 만에 폐기… 다시 '무상보육' 확대하겠다는 정부

맞춤형 보육 스스로 포기

보건복지부 산하 보육지원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는 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맞춤형 보육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육지원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TF 안을 바탕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TF는 맞춤형 보육 도입으로 맞벌이 가정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이 늘어나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정책 효과에 대한 인식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개편을 권고했다. TF는 12시간(오전 7시30분~오후 7시30분) 종일반 체계를 유지하되, 12시간을 기본 보육시간(7~8시간)과 추가 보육시간(4~5시간)으로 나눌 것을 제안했다. 맞춤반을 없애고 종일반을 기본 체계로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TF는 또 어린이집에 지급하는 표준보육비용을 현행 단일 구조에서 기본 및 추가 보육시간별로 계산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추가 보육시간의 보육료를 더 올려주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추가 보육시간을 전담할 보조교사 약 5만2000명을 더 채용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추가 보육시간 이용 자격을 맞벌이 가정에만 줄 것인지에 관한 판단은 정부에 맡겼다. 또 추가 보육시간에 들어가는 보육료를 모두 정부가 부담할지, 부모에게 일부라도 부담을 지울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정부가 할 일이라고 했다.

워킹맘 자녀 또 불이익 우려 커져

맞춤형 보육은 정부의 과잉복지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2014년 제도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6년 7월 어렵사리 시행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무상보육 대상을 모든 만 0~5세로 확대했다. 그러자 외벌이 가정까지 보육기관 이용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정 부담이 커졌고, 보육 지원금을 타내려는 어린이집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보육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이용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외벌이 가정의 자녀를 선호하면서 정작 지원이 절실한 맞벌이 가정 자녀가 소외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몇 시간을 돌보든 정부에서 받는 보육료는 같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4년 맞춤형 보육 도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부모가 만 0~2세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는 시간을 맞벌이 가정은 하루 12시간, 외벌이 가정은 6시간으로 나누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한 번 늘린 복지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오해한 어린이집의 반발이 특히 거셌다. 집단 휴원까지 예고하고 나서자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거들기 시작했다. 여야가 어린이집 수입 감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합의한 끝에 겨우 시행됐다.

그럼에도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맞춤형 보육을 폐지하겠다”고 했고, 1년 만에 폐지 방안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정권 교체에 힘을 보탠 어린이집단체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맞춤형 보육이 폐지되면 다시 워킹맘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복지계 분석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무상보육을 어렵게 보완해 놓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꼴”이라며 “판단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땐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일규/심은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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