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사업에는 합리적인 판단과 조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면 콘텐츠 제작업은 몰입과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완구왕’에서 애니메이션 총감독으로 변신한 최신규 전 손오공 회장(62·사진)의 말이다.

최신규 前 손오공 회장 "사업엔 합리적 판단, 콘텐츠 제작엔 몰입과 집중력이 중요"
그는 2016년 국내 굴지의 완구업체 손오공을 글로벌 완구유통회사 마텔에 매각하고 아들 최종일 씨가 최대주주이자 대표인 가족회사 초이락컨텐츠팩토리에 합류했다. 최 전 회장이 이곳에서 처음 총감독을 맡은 장편 애니메이션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시대’가 지난 1일 개봉, 첫 주말에 62만 명을 모았다. 총제작비 36억원을 투입한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 105만 명을 무난히 넘길 전망이다. 최 전 회장은 손오공 회장 시절, 방송 애니메이션과 완구 캐릭터인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등을 히트시킨 흥행사다. 초이락컨텐츠팩토리는 국내 최대 규모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 개발 및 투자회사다.

“그동안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등 여러 애니메이션의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기본 콘셉트를 제시한 뒤 작가에게 각본을 맡기고 그래픽 작가들과 함께 제작하는 거죠. 이번에는 좀 더 깊숙이 관여했어요. 투자자들이 제가 총감독을 맡아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거든요. 부담이 컸지만 더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1987년 손오공을 창업한 그는 완구사업의 원천 소스인 애니메이션에 큰 관심을 두고 ‘하얀 마음 백구’ ‘오세암’ ‘용가리’ 등 30여 편의 기획과 투자에 참여했다. 수많은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독학으로 기획하고 연출하는 법도 익혔다. ‘극장판 헬로 카봇’은 1억 년 전 백악기로 시간 이동한 악당들이 음모를 꾸미고, 주인공 차탄이 공룡카봇과 힘을 합쳐 이들에 맞서는 내용의 시공초월 어드벤처물이다.

“이 작품에선 모성애와 부성애를 부각했습니다. 차갑고 이성적인 로봇과 뜨겁고 감성적인 공룡 이미지를 결합해 이야기를 풀어냈지요. 공룡과 카봇을 서로 싸우지 않고 협력하는 존재로 그렸습니다.”

최 전 회장은 여기에서 ‘공룡보러가자’ ‘엄마얼굴’ 등 영화음악 두 곡을 직접 작사·작곡했다. 단순한 가사와 반복적인 리듬이 인상적인 곡들로 유튜브에서 반응이 뜨겁다.

“젊었을 때 가수가 되려고 노래 공부를 했어요. 하지만 일찌감치 능력 부족을 절감하고는 포기했습니다. 여러 가지 사업을 해보다가 손오공을 창업해 완구, 애니메이션과 인연을 맺었죠. 앞으로도 주제가 작사·작곡은 꾸준히 할 겁니다.”

완구제조업자에서 콘텐츠 제작자 및 총감독이 된 것은 콘텐츠가 완구의 원천소스이자 미래 산업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저는 초이락 임직원들에게 늘 30년을 내다보고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콘텐츠 사업이 바로 그것이죠.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작업은 미래의 키덜트 IP를 보유하게 되는 거죠.”

초이락컨텐츠팩토리는 지난 3일부터 카툰네트워크채널에서 ‘헬로카봇 쿵’이란 새 시리즈를 방송하고 있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 ‘내친구 코리리’는 앞서 방송 중이다. 오는 9월에는 새 시리즈 ‘요괴 메카드’를 TV로 선보인다. 12월엔 최 전 회장이 두 번째로 총감독을 맡은 ‘극장판 공룡 메카드’도 개봉한다. 올 한 해 동안 신작만 다섯 편을 선보이는 셈이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