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이모씨(22)는 최근 ‘무료 화장품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무료 샘플 화장품에다 피부관리 서비스를 한 차례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별다른 의심 없이 업체를 찾아간 이씨는 화장품과 피부관리 서비스를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는 현장 직원의 말에 당혹감을 느꼈다.

막무가내식 압박에 결국 240만원을 주고 화장품 세트 및 1년치 피부관리 서비스를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일부 화장품을 테스트 명목으로 개봉하기까지 했다. 이씨는 며칠 뒤 정식으로 환불을 요구했지만 “포장지가 한번 훼손된 제품은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공짜’에 속아 수백만원 손해까지

‘공짜 이벤트’를 미끼로 고가 화장품이나 피부관리 서비스 등을 강매하는 사기가 성행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공짜의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 등이 이 같은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피부·체형 서비스 분야에서 접수된 신고 건수는 2015년 176건, 2016년 204건, 2017년 232건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계약불이행, 청약철회거절 등이 대부분이었다.

'공짜 이벤트' 갔다가… 헉! 화장품 240만원 강매
길거리에서 무료 쿠폰을 뿌리며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삐끼형 마케팅’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압구정 등 화장품 판매점이나 피부관리숍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로 이뤄진다. 속았다는 걸 알게 된 피해자들이 뒤늦게 환불받으려고 해도 거절당하는 일이 많다. 깨알처럼 ‘환불 불가’ 문구가 적힌 계약서에 미리 서명하도록 유도하거나 제품을 일단 개봉하는 수법을 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벤트 쿠폰에 속아 수백만원의 손해를 보고 여전히 할부금을 갚고 있다”는 등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0~30대 대학생·취준생이 주타깃

이 같은 피해는 최근 불경기와 취업난 등으로 고통받는 20~30대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2017년 다단계, 방문판매 등 특수판매 관련 상담을 받은 358명 가운데 20~30대가 46%(167명)에 달했다.

대학생 김모씨(23)는 “올해만 화장품 관련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연락을 두 차례나 받았다”며 “청년 실업이 심각하고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이 공짜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행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제재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피해자 민원이 들어와도 강매를 시도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단속하기 어렵다”며 “형사 처벌은커녕 과태료 부과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많지 않다”고 전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