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식구 감싸기’라니요. 오해입니다. 원칙에 따랐을 뿐인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이 줄줄이 기각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23개 영장 가운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주거지·사무실, 김모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부장판사(전 법원행정처 심의관) 사무실 등 세 곳에 대해서만 영장을 내줬다. 김 부장판사 사무실에 대해선 ‘공용물 손상’ 혐의로 제한을 뒀다. 검찰은 “핵심 혐의인 법관 사찰과 관련한 영장은 나오지 않았다”며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식의 법원 태도로 수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연일 반발하고 있다.

의혹의 눈초리가 커지자 법원은 지난 2일 이례적으로 영장 발부와 관련해 입장을 내놨다. 법원은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요건 세 가지를 설명했다. 피의사실이 특정돼야 하고, 피의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어야 하며, 압수수색 대상자와 장소·물건의 범위가 정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얘기는 지극히 온당하지만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수사기관들의 압수수색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피의자들의 고충이 심했다는 지적을 흘려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등은 압수수색 대상을 사무실 및 자동차 등으로 한정해놓고 실제로는 닥치는 대로 쓸어오는 사례가 많았다. 기업 관련 수사는 특히 심했다. 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검찰에 넘겨주고 있지만 일반 국민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해당 사건과 관련 없는 증거까지 확보해 ‘별건 수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자주 받았다. 검찰 수뇌부가 일선 검사를 상대로 “압수수색 함부로 하지 말라”고 경고할 지경이 됐다.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관행적으로 영장에 도장을 찍어주다가 스스로가 압수수색 대상이 되자 원칙을 들고나오니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이다.

[현장에서] "법원이 제 식구만 감싼다"는 비판… 자업자득 아닌가
법원은 이번 기회에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민의 재산권과 인격권 침해를 제한하는 보루였는지 자문해보길 바란다. 국민과 기업이 법원만큼 ‘원칙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굳이 해명자료를 내놓지 않더라도 ‘제 식구만 감싼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