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가 대입수학능력시험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중장기 과제’로 남기면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이 줄줄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고교 학점제, 혁신학교 확대 등 이번 정부가 추진 중인 핵심 교육정책들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교육공약, 줄줄이 후퇴할 듯
3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공론화위의 ‘2022학년도 대입개편 공론화 결과’ 발표 직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대입제도 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그동안 공교육 정상화 등을 위해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공론화 결과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교육공약이 연달아 후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걱세는 앞서 지난 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정시 확대, 수능 상대평가로 결정나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현 정부가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며 “현 정권의 대표 공약인 고교 학점제, 혁신학교 확대에 제동이 걸려 혼란이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교 학점제는 대학에서처럼 고등학교 학생들도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이 차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정부는 2022년에 고교 학점제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학생들이 희망 진로에 따라 다양한 내용을 학습하려면 학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 도입과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혁신학교 확대도 마찬가지다. 혁신학교는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학교다. 2009년 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인 당시 김상곤 경기교육감이 처음 도입한 뒤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돼왔다. 한 교육계 인사는 “문재인 정부가 혁신학교 확대를 목표로 내걸어놓고서 전제조건인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또다시 중장기 정책으로 남겨뒀다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공론화위가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대입제도 개편을 둘러싼 교육계의 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사걱세와 반대로 수능 상대평가 유지를 주장해온 교육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이날 공론화 결과 발표 직후 성명서를 내고 “수능 상대평가, 정시전형 45% 이상 확대를 골자로 한 1안을 채택하는 게 국민의 뜻” 이라고 주장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